영화 ‘신과함께’ 포스터.
# ‘규모’의 전쟁…최고 제작비 400억 원까지
12월 한국영화 빅3의 대전은 그야말로 ‘규모의 전쟁’이다. 여름과 겨울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보통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이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월등히 높다.
12월 20일 개봉하는 <신과함께>(감독 김용화·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는 총제작비가 무려 400억 원에 달한다. 물론 2부작으로 구성한 영화이고 이번에 개봉하는 1편에 이어 내년 여름 2편을 순차 공개하는 방식으로, 총제작비 400억 원은 이들 두 편을 합친 액수다. 그렇다 해도 한 번에 촬영을 진행해 이를 두 편으로 나눠 순차 개봉하는 만큼 순수 국내 자본의 단일 촬영 규모로는 최고 수준이다.
<신과함께>와 같은 날 개봉하는 <강철비>(감독 양우석·제작 모팩앤알프레드), 역시 12월 말 개봉을 준비 중인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의 총제작비 규모도 만만치 않다. 각각 157억 원, 145억 원이 투입되는 대작들. 적어도 400만 관객 이상을 모아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겨울 개봉 영화들의 제작비가 높게 책정된 배경은 ‘이야기’와 ‘장르’의 영향이 크다. <신과함께>는 인간이 죽음 뒤 맞이하게 되는 저승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다. 주인공이 저승세계의 7개 지옥을 오가면서 7번 재판을 받는 내용이다. 상상의 저승세계, 지옥은 시각 특수효과(VFX)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완성했다. 이에 투입된 금액이 총제작비 상승을 이끌었다.
1980년대 배경인 <1987>은 시대극으로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데 제작진은 공을 들였다. 현대극보다 몇 배 더 많은 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시대극 특성상 <1987> 역시 제작비 상승은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강철비>는 대규모 전투장면이 등장한다. 남북한 대치 상황은 물론 개성공단에서 일어난 폭격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 어떤 이야기? 호기심 집중
일단 제작 규모로 시선을 끌지만 영화는 어쨌든 ‘이야기의 싸움’이다. 특히 국내 관객들은 장르나 스타일보다 서사에 더욱 집중해 영화를 선택한다. 빅3 제작진도 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새로우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로 관객을 인도한다.
먼저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 조짐으로 인해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최고 통치자와 그를 둘러싼 남한 정부의 이야기다. 북한 주요 인물이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데다, 남북한 문제에 비교적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영화 ‘강철비’ 포스터.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201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인 <변호인>을 통해 11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실력자다. 두 번째 영화로 <강철비>를 택한 이유를 두고 그는 “우리에게 북한은 같이 가야 하는 동포이면서 적이다. 그래서 냉철하게 바라보기 힘들다”며 “현재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경직된 해결책밖에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상상력에 힘을 보태고 싶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강철비>의 주역은 정우성과 곽도원. 특히 정우성은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정예요원 역을 맡아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에 이어 <강철비>까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아주 용기 있게 작품을 통해 던진다”며 “<강철비>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신과함께>는 주호민 작가가 쓴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영화는 화재 현장에서 죽은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이 저승세계에서 49일 동안 7개의 지옥을 옮겨가며 재판을 받는 이야기. 저승에 있는 3명의 처사가 자홍을 돕고, 이들이 함께하는 여정에서 여러 비밀이 드러난다. 저승 3차사 역은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 김향기가 나눠 맡았다.
영화 ‘1987’ 포스터.
유명한 웹툰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공존한다.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동시에 원작을 모르는 새로운 관객까지 불러들여야 하기 때문.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은 “나도 원작을 사랑한 독자이기에 원작이 가진 정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두 시간 남짓한 상영시간 동안 폭발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각색했다”면서 “판타지의 형식미와 이야기가 조화되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과함께>가 완벽한 가상의 세계를 펼친다면 <1987>은 철저히 실화를 따른다. 영화는 1987년 일어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소재다. 영화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가 권력과 이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배우 김윤석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은폐를 주도하는 대공수사처장 역할. 반공이 곧 애국이라는 비뚤어진 신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를 중심으로 양심을 따르는 검사 역의 하정우, 민주화 운동가들을 돕는 교도관 역의 유해진, 87학번 대학 신입생 김태리까지 화려한 배우들이 영화를 채운다.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을 소화한 김윤석은 “내가 연기한 대공수사처장은 어찌 보면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 같은 사람”이라며 “캐릭터를 단순한 악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그 빈틈을 메워나가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이에 더해 하정우는 <신과함께>와 동시에 <1987>까지 내놓으면서 12월 극장가에서 자기와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