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는 인턴을 포함해 2621명의 보좌진(2017년 10월 기준)이 근무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국회에는 인턴 포함, 2621명의 보좌진(2017년 10월 기준)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1년 미만 재직자는 598명(22.8%), 1~5년 재직자는 1152명(43.9%), 5~10년 재직자는 557명(21.2%), 10~15년 재직자는 210명(8%), 15년~20년 76명(2.9%), 20년 이상 28명(1.1%)으로 집계됐다.
20년 이상 재직자는 남성 17명, 여성 11명으로 모두 28명이었다. 가장 오래 근무한 보좌관은 28년 3개월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이상 재직 남성 보좌진 가운데 4급 보좌관이 12명이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 20년 이상 재직한 4급 보좌관은 한 명도 없었다. 여당 한 보좌진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워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2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여성 보좌관이 없는 것 같다. 국회는 매우 폐쇄적인 조직”이라고 답했다.
최장기 근속자는 28년 3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4급 남성 보좌관으로 조사됐다. 이 보좌관은 1981년(11대)에 국회에 들어왔고 당직자로 근무했던 시기와 출마한 시기를 빼면 최장기 근속자로 밝혀졌다. 문화관광부에서 일하다 지인의 소개로 국회에 입문했다는 이 보좌관은 30년간 국회가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달라진 점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 정파에 속하면 국회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당리당략에 따르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싸우지만 말고 집권 세력의 독주를 막고 견제하는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89년(13대)부터 국회에 근무해온 김현목 보좌관(52)도 순위권에 올랐다. 김 보좌관은 “학생 운동을 하다가 ‘건대 사태’에 연루돼 서대문 구치소에서 반년을 살았다. 그때 정치권 인사와 우연히 같은 수용실에 있었는데 정치권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오랜 고민 끝에 궁금증 반 기대 반으로 25살의 나이에 4급 보좌관으로 국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20여 년 동안 보좌진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김 보좌관은 “과거엔 천거나 추천이 많았다. 요새 보좌진은 공채가 다반사다. 또 옛날엔 보좌진을 그저 작은 스태프 조직으로 봤는데 지금은 입법 능력, 예산 심의, 정책 분석과 개발 능력도 있는 전문가 그룹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김 보좌관은 13대부터 20대를 거치며 달라진 근무 환경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엔 수기로 질의서를 쓰다가 전동 타자기를 이용했다. 13대 국회 후반기에 컴퓨터가 보급됐다. 당시엔 하루에 두 세 시간 동안 국회 도서관 신문 스크랩북실에서 업무를 봤다. 지금 젊은 보좌진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근무 요건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보좌진들 연령대는 다양했다. 국회에 근무하는 4급 보좌관 587명의 평균 연령은 47세로 나타났다. 30대는 71명, 40대는 329명, 50대는 170명, 60대는 17명이다. 5급 비서관 592명의 평균 연령은 42세다. 20대가 6명, 30대가 273명, 40대가 214명, 50대가 86명, 60대가 12명이다. 70대도 1명 있다. 6급 비서는 294명으로 평균 연령은 39세, 7급 비서는 299명으로 평균 연령은 37세다. 9급 비서는 301명으로 평균 연령은 32세로 조사됐다.
보좌진 간 나이 차가 눈길을 끈다. 4급 보좌관 최연소자는 31세, 최고령자는 69세로 38세 차이가 난다. 5급 비서관 최연소자는 26세, 최고령자는 70세다. 무려 44세 차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은 직급으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최연소 4급 보좌관은 여성이었다. 이 보좌관은 “2008년 대학교 4학년 때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단기 인턴으로 처음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나 또한 외부에 있었을 땐 국회의원이 이렇게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눌러 앉게 됐다”고 소개했다.
최연소 보좌관으로 겪는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부처 공무원이나 민원인을 대면할 때 (나이가 어리니) 당황해 한다. 그래서 신경을 더 쓰고 배려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업무 처리에 있어 만족감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크다”면서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국회는 경험에 비례해서 할 수 있는 업무들이 많다. 선배들에게 상의하고 조언 구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를 이은, ‘부자(父子) 보좌진’도 있다. 9년째 국회에서 근무하는 김성훈 보좌관 아버지는 14년을 국회에 근무했던 보좌진 출신이다. 김 보좌관은 “어릴 때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정책도 바꿀 수 있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워낙 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아버님과 근무 기간이 겹친 건 아니다. 예전에 국토위에 있었을 때 국토위 산하 기관에 아버님이 가계셨다. 국감 때나 사무실에 인사하러 왔다가 마주치기도 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선심성 휴가 며칠뿐…연가 사용은 언감생심 보좌진 처우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연가 사용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연가를 사용한 인원(10월 29일 기준)은 66명에 그쳤다. 전체 인원 가운데 단 2.5%만이 연가를 사용한 셈이다. 2014년 5명, 2015년 4명, 2016년 22명이었다. 연가 사용 건수는 2014년 23.5일, 2015년 21일, 2016년 72.5일이었다. 2017년엔 252.5일이었다. 연가를 사용한 66명 보좌 직원이 평균 3.8일을 쉰 것이다. 보좌진들 휴가는 법에도 명시돼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연가 일수)에 따르면 재직 기간에 따라 연가 일수가 발생한다. 여당 한 보좌진은 “법적으로 연가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내부 분위기가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다. 1년에 1~2번 3~5일 정도 선심성 휴가를 받는 게 전부다”라고 토로했다. 이 보좌진은 “연가를 사용한 보좌 직원들은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다. 보통 일반 기업에서 국회로 넘어와 국회 문화를 모르는 분들이 그렇게 사용하는데, 그들의 말년은 좋지 않았다. 금방 잘리거나 이곳 분위기를 못 견디고 나가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좌진도 “불만이야 엄청 많은데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말하면 찍히게 되니 조심스럽다”고 했다. 앞서의 여당 보좌진은 오히려 되물었다. “그런데…66명이나 연가를 썼다고요?”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