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러시아의 성인사이트인 라이프.ru에는 짙은 갈색머리 여성의 누드 사진들이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녀는 바로 얼마 전 러시아 최고 미녀로 등극한 소피아 루지에바(19)였다. 루지에바뿐 아니라 세계 각종 미인대회에서 수상한 미녀들이 과거의 노출 전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난 3월 초에 열린 2009 미스러시아 선발대회에서 50명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루지에바는 178cm의 키에 완벽한 보디라인으로 대회 내내 단연 돋보였다.
좋아하는 음악가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러시아의 국민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를 들면서 그의 대표곡을 직접 허밍으로 연주하는 지성미도 보여줬다.
또한 우승 후에는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에선 지덕체를 갖춘 ‘진정한 미인’이 탄생했다며 한껏 그녀를 추켜올렸다.
‘미녀의 나라’ 러시아에서 최고 미녀가 된 그녀는 내년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월드에 참가 자격과 함께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700만 원)의 상금, 스톡홀름으로의 여행, 화장품 모델의 특전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든 것이 누드 사진 몇 장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뿐만 아니라 그녀는 라이프 외에 미국의 성인잡지 <퍼펙트10>에도 에로틱한 사진을 찍은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포르노 영화에도 출연했을 것이라는 루머까지 퍼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퍼펙트10>의 사진들을 찍을 당시 그녀가 겨우 14~15세였다는 사실이다.
자격 요건에 포르노 출연을 금하고 있는 미스러시아 대회규정에 따라 그녀의 미스 월드 출전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까지 가족들은 소녀 루지에바의 일탈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이미 2002년 미스 러시아 마리야 스미르노바(26)가 <플레이보이> 러시아판에 누드사진을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미스 유니버스 출전권을 박탈당했으며 2006년 미스 러시아 타티아나 코도바(23)는 자신과 꼭 닮은 여성이 출연한 섹스비디오가 나돌면서 포르노 출연 루머에 시달렸으나 가짜로 드러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은 러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2008년 미스 유니버스로 한창 활동 중인 미스 베네수엘라 다이아나 멘도사(23)는 한 보석회사 광고에서 누드 사진을 찍은 전력이 드러나 자격 논란이 일었으나 ‘외설이 아닌 예술’이었다는 간절한 호소가 받아들여져 간신히 왕관을 지켜낼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미인대회 우승자와 관련된 최대의 노출스캔들은 바로 1983년 미스 아메리카 바네사 윌리엄스(46) 사건이다. 흑인이 미스 아메리카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1983년. 윌리엄스는 대학까지 중퇴하고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당당히 흑인 최초의 미스 아메리카가 되었다. 이후 그녀는 백인 우월주의자의 살해 협박 때문에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미의 기준을 바꾼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최초의 흑인 미스 아메리카의 영광은 일년을 넘기지 못했다. 바네사가 어렸을 때 찍은 누드 사진이 성인잡지 <펜트하우스>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는 사진작가의 권유에 호기심으로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왕관을 박탈당했고 그녀를 띄우기에 바빴던 대중과 언론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주저앉지 않았다. 몇 년 후 가수 겸 배우로 재기해 빌보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종횡무진 활동했고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엔터테이너가 됐다.
그녀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TV스타 24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미국 여성방송인 소득순위에서 11위를 차지했다. 이제 40대 중반이 된 바네사 윌리엄스는 스무 살에 겪은 인생의 최대의 좌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가장 달콤한 복수다.”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 후 아예 포르노 업계로 진출한 사례도 있다. 2003년 미스 러시아 율리야 아혼코바(24)는 대회 우승 후 모델로 활동하며 당당하게 누드 사진을 찍어 인기를 끌었다.
캔자스 시골 출신으로 1991년 미스 USA에 올라 큰 화제를 모았던 켈리 매카티(39)는 올 초 늦은 나이에 하드코어 포르노배우로 전향해 젊은 시절 못잖게 눈길을 끌고 있다.
이예준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