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티 장관의 이런 외유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하는 수 없이 옷을 벗긴 하지만 결코 조용히는 못 떠나겠다는 일종의 반항심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법무장관에 임명된 직후부터 정치인인지 연예인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가십을 양산해왔던 그녀는 올해 초에는 미혼모로 딸 ‘조라’를 낳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문제는 그녀가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일절 함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입에 오르내린 유명인사만 10여 명. 이쯤 되면 일명 ‘다티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가 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지금까지 ‘다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은 정계부터 재계까지 다양했다. 가장 최근에는 카타르의 검찰총장인 알리 빈 페타이스 알-마리(44)가 강력한 후보로 지목됐다.지난 2월 출간된 다티의 자서전 <벨 아미>의 공동저자인 미셸 다르몽과 이브 드레는 “올해 들어 다티가 정기적으로 카타르를 방문하고 있다. 한 달에 세 번이나 방문한 적도 있다.
또한 알-마리 검찰총장 역시 몇 주 동안 파리에 머물다가 가곤 한다”고 지적하면서 알-마리가 아빠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티와 알-마리가 파리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목격담도 종종 들려오고 있지만 본인들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아이 아빠의 후보로는 구치, 이브생로랑, 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PPR’사의 최고경영자이자 억만장자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43)가 있다. 유명 정치전문 잡지인 <렉스프레스>는 각료회의에서 다티의 입을 통해 피노의 이름이 처음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다티는 동료 각료 한 명에게 몰래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요즘 나를 둘러싼 소문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사람들이 여름 휴가 때 내가 피노와 함께 있었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리고 2주 후 여성각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티는 “아이 아빠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이다”라고 언급했다. 할리우드 배우인 셀마 헤이엑과의 사이에서 딸을 두고 있는 피노는 지난 2월 헤이엑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는 정기적으로 파리와 미국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또 일부에서는 다티가 법무장관에 임명된 후부터 갑자기 명품 옷을 입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며 수군대고 있다. 다티가 심지어 1만 5000파운드(약 3000만 원)의 크리스티앙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만찬에 참석하자 사람들은 “공무원 월급으로 어떻게 저런 명품 드레스를 입을 수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이런 소문에 대해 피노는 “나는 아이 아빠가 아니다”라고 공개 해명했다.
한때 ‘다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 역시 “나는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벨 아미>에서도 아스나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다티가 직접 사르코지에게 “아스나르가 아이 아빠”라고 말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둘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사르코지 부부와 함께 참석한 파리의 한 만찬에서였다.
당시 둘은 첫눈에 호감을 느꼈고 2주 후에는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당시 다티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스나르와 함께 한 데이트를 자랑하고 다녔으며, 대통령 보좌관들에게는 아스나르로부터 받은 뜨거운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듯 끝없는 스캔들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게 문제는 문제였던 모양. 사석에서 ‘내 작은 아랍 소녀’라고 불릴 만큼 사르코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그녀가 사르코지 본인에 의해 직접 내쳐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세인들은 지난 2월 사르코지와 다티가 나눴다는 대화를 갖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당시 조용히 다티를 부른 자리에서 사르코지는 “나와 계속 친구로 남고 싶으면 둘 중 하나를 택해라. 빈 손으로 떠나거나 유럽의회로 자리를 옮기거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티가 눈물을 흘리면서 장관직을 고집하자 사르코지는 “이건 명령이다”라고 통보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현재 다티는 사르코지의 권유 혹은 명령에 따라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여장부인 다티가 이렇게 순순히 당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최근 다티는 측근의 입을 빌어 2014년 파리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사를 당당하게 밝혔다. 말 그대로 사르코지를 향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비록 겉으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뜻에 흔쾌히 따르겠다. 새로 주어진 임무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이런 반항심 때문인지 다티는 요즘 각종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가능한 조용하게 물러날 줄 것을 바랐던 사르코지의 기대와 달리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곧 <비 프리베, 비 퓌블리크(사적인 삶, 공적인 삶)>이라는 방송에 딸과 가족과 함께 출연할 예정인 다티는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조만간 패션 잡지
마약 밀매꾼으로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던 자말의 입을 통해서 과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다티의 숨은 모습이 얼마나 공개될지 프랑스인들은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토록 궁금해했던 아이 아빠의 이름도 살짝 공개될지 모르는 일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