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가정법원서 열린 이혼소송 첫 조정기일에 출석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왼쪽)과 불출석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왼쪽) 일요신문DB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가정법원 가사12단독(판사 허익수)에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첫 이혼 조정기일이 열렸다.
이날 관심사는 이혼 당사자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직접 출석할지 여부였다. 조정기일에는 소송대리인이 대신 출석하면, 당사자는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에 재계에서는 두 당사자 모두 직접 출석하지 않고 법률 대리인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SK그룹 관계자 역시 “아침까지도 최태원 회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직접 출석할지 확인이 안 된다”고 전했다.
특히 최 회장의 경우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SK 오너일가 선영에서 열린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반면 지난 8월 최종현 선대회장 19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던 노소영 관장은 이날 오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기자가 기일이 열릴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실 앞에 찾아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언론사 기자들을 비롯해 법원 관계자들과 SK그룹 관계자들이었다. 여느 기일과 다른 묘한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출석할 것이란 소식이 들였기 때문이다.
외도와 혼외 자식을 직접 고백하는 등 유책 사유가 있음에도 도리어 본인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 만큼 최 회장이 이혼을 얼마나 바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 회장은 조정이 예정된 오후 2시보다 10분 일찍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정기일에 직접 출석한 이유가 뭔가” “오늘 조정 절차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최 회장은 그룹 관계자와 법원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곧장 조정실로 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자신의 사건이 지정된 조정실이 아닌 옆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올바르게 찾아들어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혼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노소영 관장은 이날 법원에 직접 나오지 않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이혼 조정절차는 12분 만에 끝이 났다. 조정실에서 나온 양 측 법률 대리인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법률 대리인들이 조정실을 나오고 최 회장은 나오지 않은 채 조정실 문이 다시 닫혔다. 문 앞은 SK그룹 관계자가 막아 섰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방향에서 신호가 오자 직원이 문에 노크를 하고, 최 회장이 나왔다. 그는 직원이 미리 잡아둔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혼 조정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함구했기 때문에 이날 기일에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노소영 관장이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이 확고한만큼 조정 절차가 합의로 마무리되기는 힘들고 정식 이혼소송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최태원 회장 부부의 다음 이혼 조정절차 기일은 내년 1월 9일 열릴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다음 기일에도 최태원 회장이 직접 출석할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