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번째 여성 선수인 요시다 에리는 155.5㎝의 작은 체구에 아직 어린 17세다. 그러나 그녀의 주특기는 남성 선수들도 던지기 힘들다는 너클볼이다.
오빠를 따라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요시다는 늘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작은 체구에 체력적 한계를 지닌 그녀가 투수로서 통용되기 위해서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그런 그녀에게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보여준 메이저리그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의 비디오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힘이나 체력적인 면에서는 남자 선수들과 겨룰 수 없었지만 너클볼을 던진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그때부터 요시다는 아버지와 너클볼을 열심히 연습했다. 쉽지 않았지만 모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지난해 11월 간사이독립리그의 드래프트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요시다가 현 소속팀인 ‘고베 나인 크루즈’로부터 7위로 지명을 받은 것이다.
‘너클볼을 던지는 여고생 프로야구 선수’라는 타이틀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부에서는 요시다의 프로 입단에 대해 “신생 리그에서 화제성을 노리고 벌인 쇼가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고베 나인 크루즈의 감독이며 전 한신 타이거스의 투수였던 나카다 요시히로 감독은 요시다의 너클볼에 대해 “저 정도의 변화구는 프로선수들도 치기 쉽지 않다. 당연히 그녀를 팀의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신생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처음으로 출전한 시합에는 1만 명이 넘는 관중들과 50명이 넘는 보도진이 몰렸다. 첫 번째 시합 후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볼성 투구로 삼진을 얻어내 내 자신은 기뻐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껏 던졌다. 결과가 좋으니 다행이다”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밝고 솔직한 모습이 사람들의 호감을 산 것인지 그녀의 별명은 ‘너클 공주’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에 스포츠신문 기자들까지 남성들의 세계에 홀로 발을 들여놓은 어린 소녀이다 보니 주눅이 들 만도 한데 요시다는 전혀 다르다.
캠프에 합류하고 첫 번째 아침 연습에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는가 하면, 스포츠신문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할 때도 “한문을 잘 몰라서 신문은 읽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등 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