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화순 광역자원화시설은 부실시공으로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진=나주시
2014년 7월 가동한 나주·화순 광역자원화시설(SRF.전 처리시설)은 가동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잦은 중단 등으로 수천여t의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부실시공에다 주민 민원까지 겹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하자검증위원회의 2차례 성능시험에도 미달하는 등 부실시공과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시의 환경정책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시설은 생활 쓰레기 선별과 파쇄, 건조, 압축 과정을 거쳐 팔레트 형태의 고형화 물질을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3년 전 195억 원(국비 97억 5000만 원·나주시비 53억 6000만 원, 화순군비 43억 9000만 원)을 들여 시설을 마련해놓고도 혁신도시를 비롯, 나주·화순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능을 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년 동안 운영 과정에서 일주일에 2~3차례 가동이 중단되는 등 잦은 고장이 발생, 1일 처리용량이 130t에 달하지만, 현재 반입되는 50∼60t 처리도 버거웠다.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시설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여 1000여t의 쓰레기를 매립장으로 운반해 처리하기도 했다. 문제가 드러나자 시는 전문가와 시의회, 주민, 공무원 등 10명으로 ‘하자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성능인증 시험을 했다.
최근 실시된 나주·화순 광역자원화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2차 성능시험 결과, 애초 설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나주시는 시설 공사 발주와 감리책임을 맡은 한국환경공단에 하자 보수를 요구키로 결정하는 한편, 시공사 등을 상대로 21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비용은 파쇄기와 분쇄기 등 기계설비 교체(15억 원) 비용과 2014년 준공 당시 시공사가 나주시에 인도하지 않은 소모품과 예비품 (6억 원) 등이다. 이는 전체 사업비 195억 원의 10% 이상에 해당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안에 정상적 가동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내야 할 처지다. 자원순환기본법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단순 소각·매립해 영구 폐기하는 경우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 처리시설이 가동 중단된 상태인 데다 설령 가동된다하더라도 연료를 공급해야 할 신도산단 내 나주열병합발전소가 주민·난방공사 간 갈등을 빚고 있어 정상 가동으로 이어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나주 열병합발전소는 광주지역 고형연료 반입 문제로 지역주민들과 한국지역난방공사 간 갈등으로 정상 가동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나주열병합발전소
수천억 원을 들인 한국난방공사의 열병합발전소 연료 공급문제도 골칫거리다. 나주 열병합발전소는 30만㎡ 이상 택지가 조성되는 경우 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의무설치대상인 점을 감안, 소각장 등을 대신해 2200억 원이 투입돼 지어졌다. 정부와 전남도 등은 지난 2007년께 혁신도시 내 소각장을 대체하는 SRF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설비와 LNG를 쓰는 보일러(첨두부하 보일러 2기)를 포함하는 발전소를 건설, 여기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8(LNG)대 2’의 비율로 혁신도시에 공급키로 했었다. 혁신도시 인근 시·군 나주·화순, 순천·구례, 목포·신안 등 3개 권역에 설치된 폐기물 전 처리시설에서 생산된 고형연료(SRF)를 활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 혁신도시에 공급하는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를 구축하자는 취지였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8월 시운전을 시작, 12월 준공해 정상 가동에 들어가도록 했다. 하지만 난방공사와 지자체, 주민 간 갈등으로 표류할 우려가 커졌다. 협약과 다른 연료 반입 문제와 LNG 보일러만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민원 제기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난방공사가 연료부족을 이유로 당초 협약에 포함되지 않은 광주지역 SRF를 반입하는 납품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나주 SRF 열병합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약속되지 않은 광주지역 폐기물 연소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까지 감수할 순 없다며 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한다. 이에 따라 열병합발전소는 올 연말 준공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시험가동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발전소 주변 주민 등은 쓰레기 연료 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주 집회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발전소에서 SRF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난방공사와 나주시 등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당초 광주SRF 반입만을 반대해온 나주시는 범대위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지역 일각에선 나주시가 ‘혹(광주SRF 반대)’을 떼려다 오히려 ‘혹(100% LNG 사용)’을 더 붙였다는 빈축이 나오고 있다.
나주시는 난방공사와 주고받은 공문 수발과정에서도 허술함을 보여 공신력을 추락시켰다. 시는 4년 전인 2013년 8월 29일,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광주광역시SRF 사용동의 요청’ 공문을 받고 바로 다음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뒤늦게 이를 뒤집고 광주SRF 반입 반대 대열의 선두에 나서면서 당시 내용이나 상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올랐다.
시는 광주시SRF 반입에 대한 주민 반대 등 논란이 커지자 3개월 뒤인 그해 11월 21일 부랴부랴 ‘광주광역시 SRF 반입 반대 및 LNG 대체방안 검토 요청’ 공문을 보내며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난방공사는 이때 나주시가 보낸 회신 공문을 바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SRF의 나주열병합발전소에 반입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결국 나주시의 허술한 행정이 논란을 키우는 빌미를 준 셈이다.
이대로라면 자칫 빛가람혁신도시 내 아파트와 오피스텔 주민들에 대한 난방 에너지 공급 차질 뿐 아니라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에 따른 폐기물처분부담금도 떠안게 될 처지다. 이들 시설의 파행 운영도 예외 없이 인재(人災)요, 관재(官災)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나주시의 관리 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주시 한 주민은 “무능한 공무원들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을 쏟아 부어 가며 더 늘려야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반성과 함께 환경정책의 혁신, 전문성 제고 등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현중·이원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