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 U-20 월드컵 조추첨식에서 대한민국을 뽑는 디에고 마라도나. 연합뉴스
[일요신문]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32개의 참가국도 모두 결정됐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조편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추첨식은 오는 12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과연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국가를 만나게 될까.
# 달라진 포트 배정
이전까지 조추첨은 대륙별 안배가 있었다. 같은 대륙 국가끼리 같은 포트에 묶는 방식이었다. 유럽, 남미, 북중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와 만날 확률이 높았다. 이번 대회부터는 포트 배정이 피파랭킹으로 변경됐다. 최악의 경우 축구 강국이 몰려 있는 유럽 3국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피파랭킹 62위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피파랭킹으로 30위다. 호주, 일본, 사우디 등과 함께 포트 4에 배정됐다.
대한민국의 상대가 결정될 2018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식은 오는 12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최상의 조: 폴란드-페루-튀니지
냉정하게 대한민국은 최상의 조를 논하기가 부끄러운 상황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가 우리와 한 조에 걸리기를 희망하고 있을 듯하다. 최상의 조 또는 ‘최선의 조’를 꼽는다면 그나마 수월한 팀 정도를 꼽을 뿐이다.
‘포트 1’에는 개최국 러시아와 피파랭킹 1위부터 7위 국가인 독일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벨기에 폴란드 프랑스가 들어가 있다. 포트 1 소속 8팀이 그대로 8강전을 치러도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빈틈이 없다.
그나마 포트 1에서 수월한 팀을 꼽자면 폴란드다. 폴란드는 주장이자 팀의 주포 로버트 레반도프스키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지역 예선에서 16골을 넣어 역대 예선 최다 득점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측면을 주 활동무대로 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 축구에서 레반도프스키는 현존 최강 정통 중앙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도 기대할 만한 상대로 꼽힐 수 있다. 대한민국이 철저한 실패를 경험한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러시아를 상대로는 승점을 따냈다. 하지만 여러모로 개최국과의 만남은 반갑지 않다. 러시아는 참가국 중 가장 낮은 피파랭킹(65위)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예선에 참가하지 않아 랭킹 포인트를 쌓지 못한 탓이다.
‘포트 2’에는 스페인 페루 스위스 잉글랜드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 크로아티아가 포진했다. 8팀이 축구의 양대 산맥 유럽과 남미 팀이다. 포트 1과 마찬가지로 선뜻 한 팀을 고르기가 어렵다. 이들 중에서는 페루가 수월해 보인다. 페루는 이번 월드컵에 우여곡절 끝에 진출했다. 오세아니아 1위 뉴질랜드와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36년 만의 월드컵 진출이다. 선수 전원이 월드컵 본선 경험이 없다.
대한민국은 홈에서 열린 2002년 대회를 제외하면 특히 유럽을 상대로 약했다. 대한민국은 역대 8회의 원정 월드컵에서 유럽 국가를 16회 만나 승점 8점을 얻어냈다. 경기당 0.5점꼴이다. 반면 아프리카를 상대로는 다소 나은 결과를 얻어냈다. 아프리카 국가를 3회 만나 승점 4점을 따냈다.
‘포트3’에서는 아프리카 팀과의 만남을 기대해봐야 한다. 튀니지가 객관적 전력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네갈에는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사디오 마네, 디아프라 사코, 음바예 니앙 등이 포진해 있다. 이집트는 지난 1월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했고, 지역 예선도 여유 있게 통과했다. 기세가 좋다.
# 최악의 조: 독일-스페인-덴마크 유럽 3국
최상의 조를 꼽는 것만큼 최악의 조를 따져 보는 것도 어렵다. 각 포트에서 최강팀을 꼽자면 독일-스페인-덴마크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독일은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자 현재 피파랭킹 1위다. 지난 월드컵서 우승한 이들은 주축 대부분이 여전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일부 베테랑의 은퇴가 이어졌지만 이에 못지않은 신예들로 공백을 메웠다. 우승자의 나태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완벽한 기록(10승 0패)으로 지역예선을 통과했다.
스페인도 독일과 함께 지역예선에서 뛰어난 성적(9승 1무)을 거둔 팀 중 하나다. 2010 월드컵 우승팀인 이들은 지난 2014년 철저한 실패를 맛보고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로페테기 감독 아래에서 2017년 1년 동안 무패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덴마크는 3포트에서 피파랭킹이 가장 높다. 우리가 약세를 보이는 체격 좋은 북유럽 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역 예선에서 조 2위를 차지해 2라운드로 밀려났다. 하지만 아일랜드를 2라운드 2차전에서 5-1로 가볍게 따돌렸다. 덴마크 간판스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손흥민과도 손발을 맞추고 있는 에릭센은 기량이 전성기에 접어들며 ‘월드클래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완 SBS sports 해설위원은 월드컵 조편성에 대해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포트 2에서 스페인을 피하는 게 가장 최우선이다. 포트 1에는 브라질, 독일, 프랑스 등 강팀이 모두 몰려있어 한 팀을 꼽기 어렵다”면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럽에 약했다. 모든 포트에 유럽 국가가 있는데 이들보다는 중남미를 만나는 게 낫다. 포트 3에서는 해볼 만한 팀이 꽤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국가는 정보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이어 “준비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조추첨이 되면 상대 전력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맞게 유연하면서도 능동적인 전술 운용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오는 12월 9일 중국·북한·일본을 상대로 일본 도쿄에서 동아시안 컵을 치른다. 김 위원은 동아시안컵과 관련해선 “이때 새로운 멤버를 찾고 특히 수비 부분에서 손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새로운 코치가 왔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팀의 응집력을 키우고 팀 케미스트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부폰·산체스·로번·베일…월드컵에서 만날 수 없는 슈퍼스타 우승 4회 이탈리아·피파랭킹 9위 칠레 등 축구 강국 탈락 이변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비운의 슈퍼스타 매 대회마다 본선 진출 32개 나라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이변이 일어난다. 이번 대회에서는 네덜란드, 칠레, 미국 등 각 대륙 강호로 불리는 나라가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특히 월드컵 4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탈락은 큰 화제를 낳았다. 이탈리아는 지난 1962년부터 1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왔다. 이 같은 축구 강국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월드컵 무대에서 수백억 원의 몸값을 호가하는 슈퍼스타들도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월드컵에서 만날 수 없는 스타 베스트 11’이라는 주제로 스타 선수들을 꼽아봤다. 4-4-2 전형 기준으로 공격진에는 알렉시스 산체스(칠레)와 피에르 아우바메양(가봉)이 집에서 월드컵을 지켜보게 됐다. 산체스의 칠레는 지난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남미 챔피언’이자 피파랭킹 9위에 위치한 축구 강국이지만 지역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드필더로는 가레스 베일(웨일스),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미국), 마르코 베라티(이탈리아), 아르연 로번(네덜란드)이 불운을 피하지 못했다. 가레스 베일은 국가대표팀의 비교적 약한 전력으로 매번 ‘비운의 스타’로 꼽힌 같은 나라 선배 라이언 긱스의 전철을 밟고 있다. 비교적 예선이 수월하다고 평가되는 북중미에서 미국의 탈락도 화제가 됐다. 수비진에는 다비드 알라바(오스트리아), 버질 반 다이크(네덜란드), 레오나르도 보누치(이탈리아), 안토니오 발렌시아(에콰도르), 골키퍼는 지안루이지 부폰(이탈리아)이 꼽혔다. 부폰은 최종 탈락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1998년 대회부터 연속으로 월드컵에 참가한 바 있다. 그는 조국의 탈락으로 월드컵 연속 참가 횟수를 5회에서 멈춰야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