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을 인가 받았다. 일요신문DB
은행권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업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정부가 초대형IB에 허용하려는 발행어음 업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한 조달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으로서 투자은행 업무가 아닌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에 해당할 뿐 아니라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아 초대형IB 육성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벤처기업 위주의 모험자본 대출이라는 점에서 은행과 차별성을 주장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초대형IB의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수탁한도가 존재하는 발행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한 금융상품”이라며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 예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에 민감해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정책이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를 개선한 ‘신DTI’를 시행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2006년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를 강화하자 10%대 증가율을 보이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5.04%, 6.84%로 하락한 바 있다.
시중은행으로서는 이전과 같은 가계대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기업대출 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8·2부동산대책 발표 후인 지난 9월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은 우량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함으로써 성장 공백에 대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영업기반 안정성과 수익구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은 올해 1~3분기 6년 만에 최대실적을 기록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임준선·최준필·박정훈 기자 kjlim@ilyo.co.kr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200% 한도가 있기에 초대형IB가 어음을 발행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다 합쳐도 50조 원이 넘지 않는다”며 “기업대출 규모가 700조 원이 넘는 은행과 비교할 액수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초대형IB의 기업금융이 그동안 은행들이 찾지 못했던 새로운 기업을 찾아내면 전체 기업금융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며 “초대형IB가 자체적으로 가진 자본과 추가로 초대형IB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무시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이미 인가를 내준 마당에 시중은행이 초대형IB의 어음발행 업무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은행들은 대출 규모가 줄면 대출이자를 높이는 방법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3분기 1.94%포인트에서 올해 3분기 2.06%포인트로 늘었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에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0월 27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해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고객에게 산정사유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투명하게 공시할 것”을 당부했다.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수수료를 인상하면 고객들의 반발이 따른다. 올해 초 KB국민은행은 은행 창구에서 입·출금 등의 거래를 하면 소정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창구거래수수료’ 도입을 검토했지만 고객들의 반대로 유보했다. 시중은행들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해외당국의 까다로운 승인절차 때문에 하루아침에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시중은행이 초대형IB와의 기업금융 경쟁에서 뒤처지면 앞날은 어둡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혁신기업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성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맞춤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면 고객 니즈 파악이 용이해 고객별 차별적 요구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