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진행한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자회견 현장. 제공=교회개혁실천연대
김삼환-김하나 두 부자는 일전에 “세습은 없다”며 공식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아버지 김삼환 목사는 “엄청난 부, 권세를 가진 대형교회가 왕실처럼 대를 이어가려고 하는 게 문제다. 자식에게까지 물려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아들 김하나 목사는 청아람 아카데미에서 주관한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당시 “세습을 하지 않겠다”며 “나는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맡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세습 금지는 시대의 역사적 요구다”라고 덧붙였다. 당시는 세습방지법이 제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발언으로 각인됐다.
누구나 과거 발언을 지키며 살 필요는 없다. 시간이 흐르며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목사 부자는 말과 동시에 다른 행동을 보였다. 은밀한 세습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당시 명성교회 세습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들과 사위가 명성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었다. 김삼환 목사가 두 사람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노골적으로 포착이 됐던 상황이 있었다. 김삼환 목사가 구역장 모임과 장로 모임에서 우리 아들이 엄청 잘 컸고, 우리 교회는 김하나가 없으면 무너진다는 발언을 해 왔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사건에 대해 여론과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좋은 목회자로 남을 수 있던 김 목사 부자는 왜 무리수를 뒀을까. 정답은 ‘돈’에 있다는 추측이다. 수백억 원의 자금은 누구나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교회 내 모든 권한이 목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800억 비자금 문제를 덮기 위해 김하나 목사가 올 수밖에 없지 않았나”하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4년 비자금을 관리하던 재정 장로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비자금의 사용처와 조성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과거에도 교회 세습은 이뤄져 왔다. 지금도 세습을 준비 중인 교회가 다수 있다. 그런데도 유독 명성교회만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애희 사무국장은 “명성교회는 굉장히 상징적인 교회다. 영향력이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다. 김삼환 목사도 여러 방면에서 역할을 해왔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대회장도 했다. 한국 교회의 위상을 알리는 데 공헌한 바가 있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여론과 언론, 교계의 우려는 명성교회의 대외적인 위상 때문만은 아니다. 명성교회는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세습방지법(총회헌법 제2편 제5장 28조 6항)을 제정한 이후 세습을 강행했다. 교단의 시스템을 부순 것이다. 명성교회는 교계의 제도적인 장치, 자정 작용 노력까지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일요신문’과 17일 인터뷰를 진행한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제공=교회개혁실천연대
노회도 마찬가지였다. 김 사무국장은 “의결정족수가 부족함에도 가결이 이뤄졌다. 당시 노회장으로 당연히 승계되어야 할 김수원 서울동남노회 부노회장이 세습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명성교회 사람들로 노회 구성원이 꾸려졌다”고 비판했다.
명성교회 세습 관련 총회 재판이 시작됐다.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까. 김 사무국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왜냐하면, 서울동남노회 1년 예산이 6억 원인데 그중 4억 원을 명성교회가 담당한다. 총회도 그렇다. 미자립교회 지원, 복지, 선교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명성교회가 다수 지원한다. 그럼 총회는 명성교회 없이 교단이 유지될 수 있는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걱정이다.”
명성교회는 여유롭다. 교단을 탈퇴하는 강수를 두거나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어서다. 이때까지는 명성교회 사람이 노회장이 됐다. 이번 노회장만 결이 다른 사람이었는데 명성교회는 다음 회기를 기다리면 된다. 이번에 넘어가도 김 목사 부자가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명성교회를 비롯해 몇몇 대형교회는 열악한 지역에서 시작했다. 허허벌판인 땅에서 시작한 교회들의 성장 기반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교인들이 낸 헌금이었다. 개인의 교회가 아닌 공공의 교회인 것이다. 대형교회는 이렇게 자금을 확보했고 그 자금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권한을 개인 또는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한국교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여전하다. 성 추문 사건, 세습 사건, 소득세 등 뿌리박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교회 문제는 일반인에게 관심 없는 주제일 수밖에 없다. 용어도 낯설고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그래도 교회 안에서 신앙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 자기 신념이 있는 사람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 우리 교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헌금은 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교회 운영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과 역할을 하는 데 쓰인다. 비교인에겐 너무 죄송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회가 자꾸 자기 밥그릇만 챙기니까 부끄러운 일“이라며 ”종교인이 굉장히 도덕적 우위를 가진 사람으로 말하지만 그런 선민의식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주제가 되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용 인턴기자 dee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