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명목으로 물납된 다스의 비상장주식이 6차례 유찰되면서 국고 손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다스 경주 본사 전경. 연합뉴스
국세물납은 세금을 현금 대신 부동산, 유가증권 등으로 납부하는 제도로 1950년 상속세법에서 명문화되며 처음 도입됐다. 물납의 역사는 과거 곡물이나 용역으로 조세를 납부하는 형태를 그 기원으로 보고 있다. 과거 법인세, 양도소득세, 재산세에도 물납을 허용했으나 재정수입의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수차례 관련 법령이 개정됐고 현재는 상속세 납부 시에만 물납을 신청할 수 있다. 물납은 국고 환수가 용이한 국·공채, 상장된 유가증권, 부동산, 내국법인 발행 채권, 비상장 유가증권의 순서로 채택된다.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납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세수의 결손을 줄이자는 의도다.
이중 비상장주식의 물납으로 인한 국고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납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박영선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물납으로 받은 비상장주식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국고손실은 1857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상장주식도 손실이 발생하긴 했으나 그 금액이 337억 원으로 비상장주식보다 현저히 낮다.
이러한 차이는 상장주식은 시장평가액을 명백히 알 수 있는 반면,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데서 비롯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 관계자는 “국유재산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결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국세물납 비상장주식을 평가하고 이후 매각예정가격은 정부위원 3인, 외부위원 5인으로 구성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증권분과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법인의 결산실적에 따라 매년 평가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치산정이 모호한 비상장주식의 특성상 물납으로 인한 국고손실 발생 위험이 상장주식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무법인 자성의 최제민 세무사는 “비상장주식은 매각예정가격 산정 시 미래현금가치, 성장률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는데 말 그대로 모두 가정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더군다나 많은 사람이 비상장주식은 잘 모르기도 하고, 정확한 공시 가격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라 매입을 꺼린다”고 말했다.
다스 역시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한 경우다.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다스 최대주주 김재정 씨가 2010년 사망한 이후 김 씨의 부인 권영미 씨는 비상장사인 다스의 주식으로 상속세 416억 원을 납부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다스 지분 19.91%를 보유하고 있다.
다스의 물납증권은 그동안 수차례 입찰을 시도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1월 기획재정부는 다스의 주식을 13.14%(3만 8800주), 3.39%(1만 주), 3.39%(1만 주)로 나누어 온비드(인터넷을 통해 공매에 참여할 수 있는 공매포털)에 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세 주식 모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6차례 유찰되며 최초 매각예정가가 총 1426억 원에서 856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현재 다스 주식은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태다. 앞의 캠코 관계자는 “다스의 경우 국유재산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가치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증권분과위원회에서 매각예정가격이 결정되면 온비드에 입찰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다스 비상장주식의 최초 매각예정가액이 애초에 너무 높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내놓은 다스 비상장주식의 최초 매각예정가액은 2011년 당시 843억 원이었지만 계속되는 유찰로 506억 원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2013년 1월 캠코는 506억 원에도 팔리지 않은 다스 주식의 최초 매각예정가를 784억 원으로 다시 책정해 매물로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비상장주식을 물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세무사는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말 비상장주식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비상장주식의 물납 자체를 막는 것도 무리”라며 “비상장주식의 물납을 막기 위해서는 상법, 국유재산법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장주식의 물납을 차단하기보다 먼저 납부 대상자가 다른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71조에 따라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 등 재산권이 설정돼 있을 경우 물납이 불가능하다. 다스 지분 상속인인 권영미 씨는 331만㎡(100만 평)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소액의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부동산 물납을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속세의 물납 허용 기관인 국세청이 비상장주식의 물납 허용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의 경우 기본적으로 토지와 건물 등기사항증명서로 판단하는 건 맞다”며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묘지가 있는지, 토지 위 건물이 다른 사람의 소유가 아닌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을 갈 때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0월 19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물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이 있는데 근저당권까지 설정해서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 면밀히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상장주식 외에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이미 물납 완료된 건이라면 되돌리기 힘들다. 앞의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미 진행된 물납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아직 국세청 차원에서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물납 허용에 대한 얘기는 없다”고 답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