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치 아동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 | ||
지난 4월 광둥성 둥관시의 ‘피해자 가족 모임’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000명이 넘는 남자아이가 납치되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유괴범에게 속아 아이를 잃거나 눈앞에서 아이가 납치되고, 심지어 길을 잃어 파출소에서 보호하고 있던 아이가 없어지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15일 피해자 가족 20명이 경찰 당국의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하는 시위를 했다. 이들은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들고 시내에서 행진을 벌였다.
현수막 중에는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1000만 위안(약 18억 2000만 원)을 줄테니 내 아이를 다시 되팔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은 몇 년이나 경찰과 정부기관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증거 부족이라는 이유로 80%는 경찰서 문 앞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조사에 나선 20%의 경우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유괴 사건은 중국 전역을 넘나들며 발생하는 일이 많은데, 타 지역의 경찰과 사건 정보를 공유하거나 연계하여 조사를 벌이는 일이 적은 중국의 특성상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날로 증가하는 아동 유괴사건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중국 공안국이 최근 전국 규모의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4월 한 달 동안 72개의 유괴범 그룹을 적발하고 약 200명의 아동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2008년부터 미성년자 유괴를 뿌리 뽑기 위한 특별수사를 시작하여 3000명이 넘는 아동을 구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 납치에서 구출돼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된 아동 | ||
그러나 아동 유괴사건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유괴된 아동 대부분은 중국의 지방 농촌지역으로 팔려나간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한 아이 갖기’ 정책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남녀 성비 불균형 등의 원인이 있다.
본래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다자다복(多子多福)’, 즉 아이는 많을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이 있었다. 1950년대 마오쩌둥은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국민들에게 자녀를 많이 낳을 것을 장려했다. 그 결과 40년대 말에는 5억 명도 되지 않던 인구가 60년대 후반에는 8억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대로 인구가 계속 늘어나다간 식량이나 연료의 부족 현상이 올 것이라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정책을 바꿔 자녀를 적게 갖도록 장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9년 ‘한 아이 갖기’ 정책이 시행됐다.
두 번째 아이를 낳은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공무원이라면 월급을 깎는 등의 강경한 대응으로 중국의 출산율은 갑자기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0년이 지난 지금 그 폐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나라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아들은 귀중한 노동력이자 가족의 대를 이을 후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 정책으로 자녀를 한 명 밖에 낳지 못하게 되자 태아 성감별을 통해 여자아이를 중절하는 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남녀 신생아의 비율이 120 대 100을 넘어 더욱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농촌의 신붓감 부족 현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아동 유괴와 함께 젊은 여성들이 농촌으로 팔려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아동 유괴사건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해서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줄 신붓감도 없거니와, 신붓감을 구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반드시 아들을 낳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처음부터 대를 잇기 위한 남자아이를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동 인신매매의 경우 남자아이가 약 4만 위안(약 730만 원)으로 여자아이보다 비싼 가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 남부의 농촌 지역에서 남자아이의 수요가 많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중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아동 유괴 사건의 증가는 30년 전에 시작된 ‘한 아이 갖기’ 정책과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이 결합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아이 갖기’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광시성의 치완 자치구에서는 ‘한 아이 갖기’ 정책의 철저한 시행에 나선 당국에 반발한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중국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02년 ‘인구계획 및 생육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시행하여, ‘한 아이 갖기’ 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부부가 모두 외동자식일 경우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한 지방 정부의 규정을 중앙 정부에서 뒷받침하기로 한 것이다. 30년 전에 태어난 첫 번째 외동자식 세대가 결혼적령기를 맞이한 지금, 중국에 다시 다자녀 가정이 늘어나게 될지 앞으로의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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