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노화 메커니즘을 연구해온 일본인 의사, 마키타 젠지 씨는 “늙고 싶지 않다면 소시지, 베이컨, 감자튀김을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이들 식품에는 ‘최종당산화물(AGE)’이라는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노화의 최대 요인은 산화와 당화다. 과거 안티에이징 의학에서는 활성산소가 노화의 원흉으로 지목됐지만, 최근 당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당화’는 식품에 포함된 단백질과 지질이 당질과 결합되면서 나타나는 유해 반응이다. 예를 들어 튀김이나 스테이크, 토스트처럼 식품 조리과정에서 노르스름하게 변하는 갈색화 반응을 떠올리면 쉽다. 겉보기엔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실은 당화가 일어나 노화촉진 물질 AGE가 다량 생성된 상태다. 따라서 과잉 섭취하면 관절이나 혈관 등 신체 내 여러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령 피부에 AGE가 축적되면, 탄력성을 유지하는 콜라겐 섬유가 파괴될 뿐 아니라 피부가 딱딱해져 주름이 훨씬 많이 생긴다.
닭고기에 들어있는 카르노신 성분이 노화의 원흉인 산화와 당화를 막아준다. 연어와 낫토도 노화방지 식품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AGE 생성을 식사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닭고기다. 최근 한 연구에서 “닭고기에 들어있는 카르노신이라는 성분이 산화와 당화를 강력히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철새가 1만 km 이상을 쉬지 않고 날 수 있는 힘의 원천도 카르노신 덕분이다. 우리 몸에도 간과 근육 등에 카르노신이 존재하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소하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걸 권장한다.
베스트셀러 <늙지 않는 사람들은 뭘 먹을까>의 저자, 모리 유카코 씨는 회춘 식품으로 연어를 추천했다. 연어에는 ‘항산화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가 많이 들어 있고, DHA와 EPA가 풍부해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모리 씨는 연어를 두고 “온몸을 젊게 만드는 식품”이라며 극찬했다. 한편 매일 섭취하면 좋을, 또 하나의 노화방지 식품으로는 낫토를 꼽았다. 탄력 있는 피부와 풍성한 모발 유지에는 비타민 B6, B1, B2, 나이아신, 엽산과 같은 비타민 B군이 필수다. 낫토는 그 점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더욱이 혈액순환을 돕는 비타민 E까지 풍부하니,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 데 최고의 재료라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해둬야 할 것이 있다. 다름 아니라 조리법에 따라 AGE의 양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노화촉진 물질 AGE는 가열온도가 높을수록, 조리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한다. 그러므로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쪽보다는 가열온도가 낮은 삶거나 찌고 데치는 조리법이 노화를 막는다. 한 예로 연어를 튀기면 생연어보다 2.5배 이상, 닭가슴살의 경우 튀기면 약 10배 이상의 AGE가 발생한다. 따라서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샤부샤부로, 닭고기라면 프라이드치킨 대신 찜닭으로 먹는 편이 좋다.
무엇이든 가공을 덜 하는 조리법이 바람직하다. 쌀밥보다는 현미가, 생선튀김보다는 생선회가 낫다. 하지만 유독 튀김요리가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땐 AGE 발생을 억제하는 ‘식초’나 ‘레몬’을 곁들이는 걸 권한다. 해외에서는 “고기를 구우면 AGE가 약 5배 늘어나지만, 굽기 전에 식초로 마리네이드를 했더니 AGE 발생량이 2분의 1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후추나 커민 같은 향신료가 AGE 발생을 막는다”는 연구도 있으니 스테이크 및 튀김요리를 먹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레드와인은 AEG를 억제할 뿐 아니라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노화를 늦추는 음료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잘 알려진 음료가 ‘젊음의 술’이라 불리는 와인이다.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산화 및 당화를 예방하는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레드와인의 경우 AGE를 억제하는 건 물론, 동맥경화를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어 추천할 만하다. “사람은 혈관부터 늙는다”는 말이 있듯이, 혈관을 깨끗하게 지키는 건 젊음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결이다. 와인을 고를 땐 당질이 적고 쌉쌀한 것을 택한다.
맥주(350ml)도 레드와인(125ml)와 비슷하게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 반면 위스키, 소주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주의하자. 활성산소가 간의 세포를 손상시켜 오히려 노화를 촉진시킨다. 또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평소 감미료가 첨가된 음료수 대신 녹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야채 중에는 브로콜리와 양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가 효과적이다. 이들은 비타민 C가 풍부해 세포를 건강하게 만든다. 또 식후 과일을 60g(감이라면 1/3 정도)씩 섭취하면 노화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안 외모’에는 비타민 A, C, E와 폴리페놀 섭취가 포인트. 과일은 이 모든 성분들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제철과일은 영양면에서 아주 훌륭하다. 가을에는 감, 겨울에는 귤을 가까이 해보자. 감과 귤 같은 옐로푸드에는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어 피부를 매끄럽게 가꿔준다.
이미 노화가 진행됐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주름이나 피부 색소침착에 효과가 있는 식품도 여러 가지다. 피부 미백에 좋은 채소는 셀러리. 과일이라면 딸기와 블루베리를 추천한다. 특히 베리류는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힘이 있어 노화를 늦춰줄 뿐 아니라 되돌리기까지 해준다. 냉동해도 영양가가 별반 다르지 않으므로 냉장고에 상비해두는 것도 괜찮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피부노화를 지연시킨다.
마흔을 넘기면 질 좋은 기름을 섭취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령, 신선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항산화 및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피부 세포막이 손상되는 걸 막아 피부노화를 지연시킨다. 올리브오일은 생야채나 생선 요리에 뿌려 섭취하면 좋다. 반면에 마가린이나 도넛, 과자 등에 포함된 쇼트닝은 질 나쁜 기름에 속한다. 과잉 섭취는 노화의 지름길이니 가급적 삼가도록 하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비나 설사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장내 유익균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유산균이 함유된 요구르트를 매일 먹으면 도움이 된다. 같은 브랜드의 균주보다 여러 가지 균주를 섭취하는 편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유산균은 양파, 우엉, 콩, 바나나 등 올리고당이 포함된 식품과 함께 먹으면 좋다. 올리고당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시너지 효과를 증폭시켜주기 때문이다. 장내 유익균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노화방지는 물론이요, 신체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