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국내 ‘빅 2’ 화장품 기업의 명암은 확연히 갈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3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7% 감소했다. 3분기 매출액 역시 1조 418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4.2%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비교적 선방한 모양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1조 6088억 원의 매출에 25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9%, 3.5% 개선됐다.
‘빅3’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업체의 실적에도 희비가 갈렸다. 코스맥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08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50억 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3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60억 원에서 올해 29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업계 3위인 코스메카코리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메카코리아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7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억 8000만 원으로 지난해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콜마만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42억 원, 15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사업 영역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있다. 국내 화장품 매출의 ‘큰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가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쪽이 좀 더 나은 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전체 매출의 94% 이상이 화장품 사업에서 나오는 반면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이 전체 매출의 51%만 차지한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사업의 부진을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에서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OEM업체를 보더라도, 화장품 ODM사업이 전체 매출의 98%가량을 차지하는 코스맥스와 달리 제약사업도 영위하는 한국콜마의 사정이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화장품사업만 놓고 보면 업계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콜마가 사드 상황에 대처를 잘했다기보다 코스맥스와 코스메카코리아가 해외 시장에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와 달리 면세업계는 지난 3분기 일제히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롯데면세점은 3분기 흑자 전환했고 신세계디에프도 3분기에 올해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신라면세점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면세점업계에서는 3분기 실적 개선을 사드 갈등 완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매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만큼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매장을 오픈한 것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듯하다”며 “또 사드 긴장이 한창 고조됐을 때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한 것도 실적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면세점업계의 예에 비춰보면 현재 부진을 겪고 있는 화장품업체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화장품의 브랜드 파워가 해외 브랜드보다 약해 외부 변화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점이다. 화장품업계 다른 관계자는 “화장품 분야는 해외 명품브랜드의 입지가 워낙 크다”며 “사실 한국 화장품 열풍은 브랜드 파워에 기댔다기보다 한류열풍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업체 중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일부 제품은 중국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다”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만 보고 국내 화장품 업계의 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산업은 지난 몇 년간 연평균 30% 이상씩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며 “사드 상황이 전체 매출에 영향을 준 건 맞지만 국내 화장품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