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양평시장 쉼터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시장상인회와 롯데마트 관계자와의 첫 ‘상생협의’ 장면. 이번 만남으로 ‘상생협의’에 대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경기 양평 물맑은시장 상인회(회장 고건덕)가 22일 롯데마트 관계자로부터 상생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시장상인회의 반대에 부딪혀 입점이 막혀있던 롯데마트의 개점여부에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에 건물을 완공했지만 시장상인회와 상생협의를 체결하지 못했고, 양평군은 상생협약 체결 후에 준공을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양평점은 그동안 5년간 양평물맑은상인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상인회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전통시장 등 지역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롯데마트가 시장상인회에 상생협의안을 송부하고 협의진행을 요청했고, 상인회는 22일 오후 2시 시장 쉼터 2층 회의실에서 롯데마트 관계자로부터 상생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상생협의’에 대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롯데마트 측은 ▲양평물맑은시장 시설개선사업 지원 ▲양평물맑은시장 전용상품권 제작·지원 ▲팝업스토어 공건 제공 및 설치·운영 ▲자매결연을 통한 행사용품 정기적 지원 ▲선진 유통관련 기법 교육지원 ▲지역사회 봉사활동 시행 ▲상인자녀 및 지역주민 우선 채용 등 지역 고용창출 ▲영업시간 준수 및 정기휴무 이행 ▲전단광고 축소 운영 및 ‘양평물맑은시장’ 홍보 ▲양평군내 추가 출점 금지 등 상생협의안에 대한 설명을 했다.
상생안 설명을 들은 상인회 이사들은 “차기 이사회에서 롯데마트측이 제시한 안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참고하여 진정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상인회 총무가 “롯데마트측이 제시한 협의안은 상인들이 원하는 상생계획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수 년에 걸쳐 수 백억원을 양평군 지역에 투자해 이제 상권이 살아나려하고 있다”면서 “법에서 정한 기한인 2020년까지 시간을 달라”고 주장해 상생협의 자체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날 롯데마트 측의 상생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사들의 입장은 ‘협의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이사 A씨가 양평군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롯데마트 측은 상인회 1~2명과 군청, 롯데마트 관계자로 협상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하는 등 양측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민 B씨는, 상인회가 4년만에 처음으로 롯데마트 관계자와 만남의 자리를 가진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측이 진정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양평물맑은시장과 상생하는 방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협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한편, 건축주가 추가로 투입해 손실을 본 40억원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하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고건덕 회장 취임 후 아예 만남의 자리를 갖지 않았던 상인회는 지난 해 12월 김선교 군수의 중재 하에 롯데마트 관계자와 건축주, 소비자단체와 함께 군수실에서 회합을 갖고 ‘건축주는 건물을 완공하고, 상인회와 롯데마트 측은 협의를 시작한다’는 취지의 합의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건물을 완공한 건축주는 상인회가 롯데마트 측과의 만남을 계속 거부하자 롯데마트와 상인회장 등을 상대로 손실금 40억원에 대한 법적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 어디에서도 상생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대규모점포가 입점을 하지 못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인회 내에서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상생과 지역발전을 위한 방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협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인회 이사 C씨는 “최근 여론조사는 롯데마트를 막는다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양평군이 방관만할 게 아니라 롯데마트와 시장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중자재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군민의 92.6%가 이미 할인마트를 이용하고 있고, 적극찬반표명 군민 중 86.3%가 입점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86.3%가 인근 도시의 할인마트 등으로 쇼핑을 간 적이 있고, 특히 상인인 자영업자까지도 81.3%가 입점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형마트 입점이 시장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시장상인회와 롯데마트, 건축주, 그리고 소비자인 양평군민 모두를 위한 양평군의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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