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촨성 대지진 참사 당시. | ||
지진 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피해지역의 대부분은 그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폐허가 된 건물 잔해가 그대로 방치되어 아직 수많은 시신들은 수습조차 못한 상태다. 피해 지역이 워낙에 광범위한 데다가 피해 규모도 심각해 대부분의 지역은 다시 전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살던 집과 학교나 회사가 있던 건물도 무너지고 군데군데 땅이 솟아올라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일부 마을에서는 지진 피해지역을 관광 상품화하여 돈을 벌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쓰촨성 대지진의 참상을 보기 위해 피해지역을 찾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예 가이드로 나선 마을 주민도 있다. 한 40대 여성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지진이 일어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무너진 마을을 안내하고 있다. 약 1500명의 학생이 아직도 묻혀 있는 베이촨 중학교의 건물 잔해 앞에서는 아이를 잃은 유족이나 보호자들이 당시의 영상이나 사진집을 팔고 있다. 집과 가족, 일까지 잃었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슬퍼할 겨를도 없는 것이다.
대지진으로 거의 마을 전체가 붕괴되어 아예 마을을 다른 데로 옮기기로 결정한 곳도 적지 않다. 반면에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그대로 ‘유적’으로 남기고 이를 관광 상품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마을들도 있다. 버려진 농지에 레저 시설을 건설하거나, 큰 피해를 입은 공장 건물을 ‘지진유적 기념공원’으로 보존하는 등 정부와 피해자들이 하나가 되어 경제 부흥을 꾀하고 있다.
쓰촨성 지앙유 교외의 한 마을은 농지에 관광 과수원과 숙박시설을 건설하여 주말에 농촌 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도시 관광객들을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신의 농지를 제공한 사람들은 그 대가로 지방정부로부터 벽돌집을 싼값에 공급받는다. 가전제품이 완비된 방 네 개짜리 큰 집에서 가족들과 살게 된 한 주민은 “3만 위안(약 550만 원)에 이런 집을 갖게 되다니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평생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라며 기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양시의 농촌에서 농약 등을 생산하던 훙다(宏達) 그룹의 화학공장은 지진으로 공장과 거주시설의 대부분이 무너지고 1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나오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지방정부 폐허가 된 공장을 그대로 ‘유적공원’으로 남겨 대지진의 피해를 후세에 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시의 공항에도 ‘지진유적 당일치기 투어’와 같은 관광 상품이 소개되고 있다. 관광객들은 무너진 주택과 건물 잔해 사이에 굴러다니는 신발 등을 촬영한다. 그중에서도 지진 발생 시각인 오후 2시 28분에 바늘이 멈춘 시계탑은 관광객들이 꼭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 지진 피해지역 일부 마을 주민은 아예 관광 가이드로 나섰다. | ||
쓰촨성 관광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구정 기간 동안 피해지역을 찾은 관광객은 700만 명이 넘고, 이들이 쓴 돈은 18억 6900만 위안(약 34조 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쓰촨성을 찾은 관광 수입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큰 금액이다. 이런 경제효과는 피해지역 재건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큰 부분이다. 그러나 ‘지진 비즈니스’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에서는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이 충격과 상실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창족 자치구 주민들이 모여 사는 임시 거주 지역에서는 최근 주민들 간의 재혼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을 게시판에는 결혼상대를 찾는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한 자녀 갖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도 지진으로 자녀를 잃은 가정에 한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고 다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출산 희망가정은 무료로 출산 컨설팅과 함께 임신을 위한 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쓰촨성 지방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를 가지려는 지진 피해자들 사이에서 원인 불명의 유산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임산부들의 고령화와 스트레스와 함께 지진 시 발생한 강력한 전자파 등이 유산의 원인인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