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심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닭을 살처분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요신문] 전북 고창에 이어 순천만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AI 토착화 가능성이 있는 전남지역에서 가축방역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시·도별 가축방역관 충원실태 파악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전국 17개 시도가 334명을 뽑는데 665명이 지원해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185명의 가축방역관이 선발됐다. 17개 시·도 가운데 전남, 전북, 강원의 경우 지원자 수가 미달됐다. 전남은 모집인원 72명에 지원 인원은 34명으로 미달했으며, 최종 23명이 선발됐다. 충원율이 고작 31.9%에 그쳤다. 전북은 44명 모집에 35명이, 강원은 12명 모집에 9명 지원에 그쳤다.
시·군 단위로 내려가면 가축방역관 부족난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전국 104개 시·군에서 가축방역관 채용에 나섰지만, 이중 절반 이상인 54개 시·군에서 지원자가 미달됐다. 33개 시·군은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수의직 대신 행정·농업직이 AI 업무를 맡고 있다. 해남, 완도, 진도군은 매년 수의직 채용공고를 내는데도 5년 이상 지원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집인원을 충당하지 못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도 단위 방역전담부서 구성에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전남도는 12월까지 방역정책과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총원을 99명에서 72명을 추가 증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집인원에 턱없이 미달되면서 AI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서울, 광주, 인천, 세종 등 대도시에 지원자들이 대거 몰린 탓이 크다. 쏠림 현상이다. 실제 대도시권인 서울은 채용경쟁률이 20 대 1을 보였으며, 광주 1 5대 1, 인천 10 대 1, 세종 8 대 1 등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인력을 뽑고 싶어도 응시자들이 동시에 합격해 도시권 자치단체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며 “업무 강도는 높지만 다른 직렬과 비교해 처우 면에서 나을 것도 없어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열악한 근무환경도 가축방역관 지원을 외면하는 이유로 파악되고 있다. 가축방역관은 방역은 물론, 분뇨처리, 무허가축사 적법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 일쑤여서다. 승진기회 등도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6년제를 졸업한 수의사들에게 가축방역관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자체의 설명이다.
특히 전남은 AI발생이 잦은 탓에 방역업무가 고된 농촌지역이라는 점에서 신규 채용 인력들에게 근무 기피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인력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 전남 축산의 핵심지역인 나주의 경우 가축방역관 정원은 3명이지만 1명의 방역관 혼자 근무하다가 지난해 7월에야 1명이 더 투입됐다. 그러나 5년간 근무해왔던 고참 방역관도 이달 말을 끝으로 이직하게 돼 다시 1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나주는 그나마 광주와 인접했으면서도 ‘축산 고장’이라는 이유로 일이 힘들다는 인식 탓에 기피 지역이 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수의 전문가들은 ‘처우 개선’에서 가축방역관 확보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재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