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후 참모진과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먼저 내각을 살펴보면 국무총리와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전현직 국회의원 출신이 8명에 달해 눈길을 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이 가운데 현역은 5명이다.
서울시의원을 지낸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경기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더하면 1기 내각 19명 중 10명이 선출직 정치인 출신이다. 초대 내각에서 정치인 출신이 50%를 넘긴 사례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검증 시간이 부족해 이미 선거 과정에서 검증을 거친 정치인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이들 외에도 1기 내각 인사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출신이거나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이라며 ‘캠코더(캠프 출신, 코드 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를 지낼 당시 영입한 인물로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SNS 공동본부장을 지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이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5명, 연세대가 4명, 고려대 2명 등으로 이른바 SKY 출신이 11명에 달했다. 이외에는 김동연(국제대), 유영민(부산대), 조명균(성균관대), 송영무(해군사관학교), 도종환(충북대), 김영록(건국대), 백운규(한양대), 김영주(한국방통대) 등으로 제각각 다른 대학을 나왔다. 또 18명의 장관 중 5명이 여성(27.8%)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내각 여성 비율 30%를 거의 지켰다는 평가다.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61.2세로 박근혜 정부(59.1세)때보다 다소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1급 이상 청와대 비서진 63명(공석인 정무수석은 제외)에 대한 인사도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장관급인 실장 3명, 차관급인 수석 및 보좌관 12명, 1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비서관 48명 등이다. 청와대 비서진은 지역별로는 영남 출신이 21명(33%)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6명(25%), 호남 13명(22%), 충청과 강원이 각각 5명(8%) 순이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 출신이 24명(38%), 고려대가 5명(8%), 연세대·한양대가 각각 4명(6%)이었다. 이외에도 서강대와 육사가 각 3명이었고 국민대, 부산대, 이화여대, 전북대, 한국외대 출신이 각 2명이었다.
한편,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전대협 출신 운동권이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유행렬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은 모두 전대협 출신”이라면서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실장, 유송화 제2부속실장은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노맹에 연루된 조국 민정수석, 삼민동맹에 연루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등 운동권이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진 중 전대협이나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시민단체 출신들이 22명으로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5·6공화국에서 정치군인이 광주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전 의원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지 않았는데, 전 의원이 언급하신 그 분들이 전 의원이 말씀하신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면서 “전 의원의 말씀에 매우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진을 경력별로 분류하면 공무원 출신이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인 출신 16명, 교수 출신 10명, 시민단체 출신 6명, 언론인 출신 4명 순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교수 출신의 약진이 눈에 띈다. 1기 내각에서 18개 부처 장관 18명 중 5명이 교수 출신이다.
청와대 보좌진 중 교수 출신은 16%지만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 홍장표 경제수석 등 경제 정책을 이끌어가는 핵심 3인방이 모두 교수 출신이다.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시인이라는 가장 특이한 직업을 가졌던 인물이다. 신 비서관은 전대협 간부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메시지팀장으로 활동했었다. 전체 63명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던 인사들은 17명(27%)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출범한 지 18일 만에, 박근혜 정부는 출범 52일 만에 장관 인사를 마무리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195일 만에 1기 내각을 완성했다. 이전까지 가장 길었던 김대중 정부 시절 174일 기록도 훌쩍 넘긴 역대 최장 기록이다. 대선이 보궐선거로 치러진 탓에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선 과정에서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선 초기부터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캠프로 인재들이 몰려들어 인사 적체 현상까지 심각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청와대 수석급으로 임명되던 전직 국회의원들이 비서관급에 발탁되기도 했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국회의원 출신들이 비서관급까지 차지하면서 밑에 있던 사람들은 불만이 많았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경력 한 줄 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인사 적체가 심각해 반영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의원은 기자들에게 모 부처 장관 후보자로 자신을 거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루머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루머 생산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