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엠넷이 방송한 <프로젝트S 악마의 재능기부>가 9월 14일 방송을 시작해 11월 23일 끝났다. 신정환의 복귀작이자, 그의 오랜 파트너인 탁재훈과 동반 출연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화제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시청률도 마찬가지. 방송 내내 줄곧 1% 미만에 머물렀다. 해외 원정도박과 거짓말로 논란을 빚은 신정환의 복귀에 대해 사실상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완패’다.
# 거짓말 논란 끝내 극복 못해
신정환은 2010년 물의를 빚기 전까지 방송가에서 소위 ‘악마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상대를 제압하는 예리한 지적, 얄밉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7년 만에 돌아온 프로그램의 제목이 <악마의 재능기부>라고 지어진 이유도 신정환의 개성과 장기를 그대로 살리겠다는 제작진의 복안이었다.
신정환은 그룹 컨츄리꼬꼬에서 함께 활동한 탁재훈과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두 사람의 각오에도 시청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신정환은 물론이고 탁재훈 역시 불법 도박 등 혐의로 2년여 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했다가 최근 차츰 연예계의 문을 다시 두드리던 차였다. 두 사람의 각오는 남다를지 몰라도, 방송을 통해 오히려 어설프게 일상의 모습을 보이면서 빈축을 사는 등 좌충우돌했다. 제작진은 신정환과 절친한 연예인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했지만 냉담한 반응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사진=코엔스타즈 홈페이지
<악마의 재능기부>가 실패로 막을 내린 것을 두고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도 방송가에서 나오고 있다. 신정환은 대중의 분노를 샀던 뎅기열 거짓말과 해외 도피 이후 재판을 받는 과정은 물론이고 방송 복귀를 결정한 뒤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시원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초 소속사 코엔과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연예계로 돌아오는 이유를 두고 “올해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밝힌 설명은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신정환은 <악마의 재능기부> 출연을 확정하고 녹화까지 마친 이후에야 취재진 앞에 섰다. 그러면서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인정한다”며 “예능에서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드리면서 한 분이라도 제 쪽으로 돌리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앞뒤 없이 안 좋은 얘기 해주시는 분도 있고 날카롭게 지적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지금 바닥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과정에서 웃음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의 상황과 같은 분들도 많으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본인의 ‘재기’는 물론이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까지 ‘대변’하겠다는 뜻이었지만 신정환과 제작진은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한 예능프로그램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관찰 예능이 많은 상황에서 출연진이 얼마만큼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느냐는 프로그램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신정환은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했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제작진의 미숙함도 있다”고 지적했다.
# 재기 가능성? ‘글쎄’
신정환의 복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앞서 재기에 성공한 가수 이상민의 상황은 대비된다. 이상민 역시 거액의 빚을 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복귀해 지금은 전성기를 다시 맞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자신의 잘못을 방송을 통해 리얼하게 풀어내기 전, 대중 정서를 다독이는 과정을 거친 덕분이다.
앞으로 신정환이 또 다른 방송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야심차게 출발한 <악마의 재능기부>가 무관심에 그치면서 신정환이 입은 타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신정환의 활동 계획에 대한 더 깊은 논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신정환이 물의를 빚기 직전까지 출연하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제작진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라디오스타>의 진행자인 가수 윤종신은 최근 신정환과 탁재훈이 진행한 컨츄리꼬꼬의 단독 공연에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라디오스타>는 너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4명의 진행자 가운데 규현의 입대 뒤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는 한 명의 MC자리를 신정환이 차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의 청원 사이트인 아고라에서는 ‘라디오스타 신정환 MC 복귀’를 바라는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총 5만 명 청원을 목표로 이달 15일 시작된 서명에는 23일 오후 5시 현재 고작 22명이 참여한 상태. 대중의 관심이 높은 사인인 경우 청원을 시작하자마자 화제 속에 릴레이 서명이 이뤄지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아고라 청원에서도 신정환을 향한 ‘무관심’이 엿보인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