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은 2004년 12월 당진화력본부 인근에 골프장을 건설했다. 골프장 규모는 잔디식재 9만 2000㎡(약 2만 7830평)에 연못조성 2800㎡이며 건립 비용은 약 13억 원이다. 파3, 파4, 파5 각 1개씩 3개홀로 구성돼 있다. 현재 D 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당시 당진화력발전소를 준공하면서 인근 지역을 골프장으로 개발한 것.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수익 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당진군 지역민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골프장 이용료는 18홀 기준 당진군민은 4만 원(주말 5만 5000원), 일반인은 5만 원(주말 5만 5000원)이지만 당진화력본부 직원은 평일과 주말 모두 3만 원이다. 9홀 기준으로는 당진군민 2만 원(주말 2만 7500원), 일반인 2만 5000원(주말 2만 7500원), 당진화력본부 직원은 평일과 주말 모두 1만 5000원이다. D 사 직원은 “골프장을 찾는 사람 대다수가 당진화력본부 직원과 직원 가족들”이라며 “지난해는 1000만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흑자를 예상하며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는 따로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동서발전은 골프장 외에도 당진화력본부와 울산화력본부에 20타석, 길이 100m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건립해 운영 중이다.
한국동서발전이 2004년 건립한 골프장. 현재 이곳은 D 사가 위탁 운영 중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한국중부발전은 충남 보령시 본사를 비롯해 보령·제주·인천·서천발전본부, 총 5곳에 골프연습장을 건립했다. 다만 최근 보령발전본부 사택을 매각하면서 골프연습장도 매각해 현재는 4개의 골프연습장이 남았다. 이밖에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도 골프연습장을 각각 4개, 3개, 1개씩 갖고 있다. 각사에 따르면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5개 발전회사가 그동안 골프장과 골프연습장 건립에 투입한 비용은 총 137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 골프연습장은 발전소 혹은 사택 내부에 있다. 발전회사들에 따르면 해당 골프연습장 건립 비용은 발전소나 사택 건립 비용에 포함해 계산했다. 한 발전회사 관계자는 “발전소나 사택은 회사 돈으로 만들었으며 정부의 지원은 받지 않았다”며 “순수한 직원 복지 차원으로 건립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 산하 발전회사들의 수익은 대부분 국민들의 전기요금에서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전체 발전량 5억 4044만 메가와트시(Mwh) 중 한전과 한전 자회사가 생산한 발전량은 4억 3631만 4042Mwh로 전체 80%가 넘는다. 그럼에도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10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공재 성격을 가진 전기를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판매하면서 그 수익으로 골프연습장을 건설한 것이다.
지난해 발전회사들이 각각 4조~5조 원의 매출과 5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137억 원이라는 돈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공기업인 국민연금공단이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헬스시설 등 기본적인 체육단련시설만 보유하고 있을 뿐 골프연습장은 없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 원, 159억 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조 원, 1조 3000억 원이었다.
발전회사들은 발전소 특성상 지방근무자가 많아 이들에 대한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발전회사 관계자는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며 “지방 발전본부는 대부분 직원들이 기피하며 지방본부에 발령받아 퇴사하는 직원도 많다”고 전했다.
골프를 치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발전회사들에 따르면 골프연습장 건설은 회사가 하고 운영은 사내 골프동호회 회비로 운영한다. 사내 동호회는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하며 회사 차원의 동호회 지원은 없다. 그런데 골프동호회에만 골프연습장 같은 시설 지원을 하는 것이다. 다른 발전회사 관계자는 “야간근무가 많다보니 직원들의 체력이 문제로 꼽힌다”며 “회사 차원에서 운동을 장려해 시설을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