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 초고성능 타이어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하이테크 생산시설인 ‘테네시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사진=한국타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재벌 3세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자신이 지분 51%를 가진 금융투자사 FWS투자자문(FWS)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2006년 11월 설립된 FWS는 정규직원(상근임원 제외)이 2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으로 계약금액 기준 1116억 원의 자산을 일임받아 운용하고 있다. 일임 자산 가운데 680억 원은 주식 또는 장내 파생상품 형태, 남은 436억 원은 증권 거래에 필요한 예금 등의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FWS가 운용하는 자산 대부분은 한국타이어 또는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기준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신양관광개발은 보유 중인 한국타이어 지분 0.64% 등 442억 원어치 주식을 FWS에 투자 일임했다. 선물·옵션 계약에 필요한 자금 298억 원도 지원했다. 지난해 2월 신양관광개발은 FWS와 수의계약 형태로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연장 계약을 맺기도 했다.
부동산·시설 관리 회사인 신양관광개발은 조 사장 등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가족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신양관광개발 지분 44.12%를 가진 최대주주다. 차남 조현범 사장은 지분 32.65%를 가진 2대 주주, 장녀 조희경 씨와 차녀 조희원 씨는 각각 지분 17.35%, 5.88%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양관광개발의 보유 자산 총액은 FWS에 투자일임한 한국타이어 지분을 포함해 742억 원이다. 투자일임된 지분 평가액은 550억 원 규모로 회사 자산의 대부분을 FWS에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 2년간 161억~241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한국타이어 및 각 계열사와 내부 거래에서 발생했다. 특히 신양관광개발은 2015년 보유 지분을 매각해 무려 196억 원의 수익을 냈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102억 원을 찍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 신양관광개발의 당기순이익은 2억 원으로 급감했다. 주식 매각에 따른 수익도 9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널뛰기 실적이 발생한 원인은 FWS에 있다. 2015년 신양관광개발이 거둔 매각 차익 가운데 76억 원은 ‘손실’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자산운용사인 FWS가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76억 원의 손실을 아낄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 본사.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이 입수한 신양관광개발 손해배상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FWS는 2014년 5월 신양관광개발과 함께 한국투자증권 선물·옵션 계좌를 개설했다. FWS는 당시 370억 원가량의 증거금(현금)을 해당 계좌에 예치했다. FWS가 투자한 종목은 ‘KOSPI 200 지수‘ 선물이었다. 그런데 2015년 3월 26일 KOSPI 지수가 전일 대비 2.95% 하락하자 증거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쉽게 말해 ’판돈‘이 바닥난 것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다음날인 3월 27일 FWS가 대용증권(담보의 일종)으로 제공한 신양관광개발의 한국타이어 지분 197억 원어치를 급매했다. 해당 지분 가치는 233억 원으로 시세보다 싼 값에 매각된 것이다. 또 이 반대매매로 한국타이어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FWS의 선물 투자가 연쇄 손실을 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신양관광개발은 FWS와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반대매매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7월 7일 법원은 FWS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가 옵션 매도가 아닌 다른 포지션(종목)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용증권을 대량 매각하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원고나 FWS가 스스로 추가 증거금을 예납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양관광개발은 항소를 포기했다.
FWS는 그룹 후계자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내리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이명박 정부 당시 3200억 원에 달했던 투자 일임 계약 규모는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저자기자본 유지의무 위반으로 문책경고까지 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못함에도 회사를 정리하지 못하는 것은 오너 일가와 연관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FWS에는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개인 자산도 일부 일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타이어와 FWS 측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