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뇨기과 의사이며 <호르몬의 힘이 인생을 바꾼다>의 저자인 호리에 시게오 교수에 따르면 약지의 길이는 남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남성 호르몬이 많이 작용하면 손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가 영향을 받아 약지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남성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면 판단력과 인지능력이 발달하여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성공에 의해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의 시상하부가 자극을 받아 더욱 많은 남성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부르는 이른바 ‘위너스 이펙트’라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호리에 교수의 설명이다.
호르몬이란 특정 기관에서 분비되어 혈액 등을 통해 몸속을 이동하여 다른 기관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을 가리킨다. 그 중에서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약 95%가 고환에서, 나머지 5%는 부신에서 만들어진다. 테스토스테론은 뇌와 근육, 뼈에 작용하여 이른바 ‘남성다운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낸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0대 후반에 분비량이 가장 많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호리에 교수가 일본의 대기업 샐러리맨들을 대상으로 남성 호르몬 양을 조사한 결과 40~50대의 남성 호르몬 양이 60대보다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호리에 교수에 따르면 그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긴장을 하거나 공포를 느낄 때 혹은 고민이 있을 때 작용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시상하부의 활동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의 분비 감소는 성공뿐 아니라 건강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도쿄 대학의 연구에서 남성 호르몬이 많은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장수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 외에도 미국 볼티모어에서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남성 호르몬의 양이 많은 그룹이 남은 수명이 더 길다는 자료가 있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감소하는 상황, 즉 불안한 기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몸의 세포가 포도당을 받아들일 때 중요한 작용을 하는 인슐린의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그러면 혈당치가 올라가 당뇨병에 걸리기 쉽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근육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떨어져 비만에 걸리기 쉽게 된다. 이러한 성인병의 증가가 짧은 수명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밖에도 호주의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대학에서 남성 39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은 203명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현저하게 낮았다는 결과도 있다. 이 또한 남성 호르몬의 감소로 불안함을 악화시키는 코르티솔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성의 일과 성공,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 후생노동성의 장수 과학 연구에서 운동을 하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었다. 운동에 의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보다 활성화되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스트레칭은 신경의 피로도 풀어지고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골프나 테니스 등을 재미있게 즐기는 정도로만 해도 남성 호르몬 분비 증가에 도움이 된다.
또한 기름기가 없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달걀, 우유, 등 푸른 생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에는 남성 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좀처럼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스테이크를 먹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어떨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