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프랑스의 유명 보석점인 ‘모브쌩(MAUBOUSSIN)’이 6월 1일 선착순 5000명에게 0.1캐럿 다이아몬드를 공짜로 나눠주겠다는 선전을 시작했다. 불황으로 귀금속 등 사치품의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마련한 이벤트였다. 다이아몬드는 공짜지만 이를 반지나 목걸이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 공짜 다이아몬드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 후 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0.1캐럿의 작은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가격은 약 5000엔(약 6만 5000원). 이것이 5000개이니 보석점의 입장에서 보면 2500만 엔(약 3억 2700만 원)을 들인 이벤트였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TV에 광고를 하는 데 5억~10억 엔(약 65억~130억 원)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발한 계획이었다. ‘모브쌩’의 의도대로 ‘공짜 다이아몬드’ 이벤트는 여러 언론에 소개됐고 이벤트 당일에는 TV 방송국의 취재팀도 현장에 도착했다. 이 마케팅이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모브쌩’이라는 브랜드도 널리 알릴 수 있고, 새로운 고객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 6만 5000원 상당 0.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받으려고 도쿄 긴자 모브쌩 보석점 앞에 늘어선 사람들. | ||
이것은 이벤트를 주최한 ‘모브쌩’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와 비슷한 이벤트를 미국 뉴욕에서도 벌인 적이 있지만 별 탈 없이 끝났기 때문에 긴자에서도 실시하게 된 것이었다. ‘모브쌩’의 일본 지사 사장은 “이런 혼란이 일어날 줄 몰랐다. 앞으로 싱가포르에 보석점을 오픈할 예정이지만 이와 같은 이벤트는 실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벤트에 몰려든 사람들도 ‘모브쌩’에서 기대하던 고객층과는 달랐다. ‘모브쌩’ 관계자도 “평소에 긴자에서 쇼핑을 하지 않을 듯한 사람들이 상당수 왔다”고 밝히며 고급 보석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을 시인했다. 그 후 다이아몬드 교환권을 인터넷 옥션에 내놓은 사람들까지 나타나자 ‘모브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일련의 소동에 대한 비난 의견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안이한 마케팅으로 혼란을 불러들인 ‘모브쌩’에 대한 비난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의 물욕이 꼴불견이다” “공짜로 받으러 가서 난동을 부리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등 보석점 앞에 모인 사람들의 거친 행실에 대해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공짜 다이아몬드 이벤트에 대해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고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던 근처 상점들도 “이번 소동으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