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쳐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국정원 변호사 정치호 씨의 사망의혹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 10월 30일 밤 9시 8분경, 인적 드문 소양강댐 입구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재만 남은 번개탄과 함께 발견된 그는 바로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치호 씨였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그의 죽음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부검결과 그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지만 국정원과 번개탄이라는 연결고리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 변호사의 형 정양호 씨는 “그냥 잠깐 바람 쐬러 가는 복장으로 나갔다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부터 너무 이상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 정 변호사는 ‘댓글 수사 방해’ 사건의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지만 10월 26일 목요일부터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
“모든 것을 뒤집어쓸 것 같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인 것이었다.
다음날 그는 결국 휴가를 내고 휴대폰을 꺼둔 채 행방이 묘연해졌고 이튿날 원주에서 죽마고우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10월 29일 강릉에서 한 차례 투신 시도를 했고 다음날 끝내 춘천에서 싸늘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CCTV를 통해 확인된 행적 내내 정 변호사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 법률보좌관 출신 김 아무개 검사는 “법률보좌관실, 그 다음에 파견 검사 등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쪽으로 책임을 떠넘긴다. (치호가) 그렇게 얘기하면서 울었다”고 증언했다.
정 변호사가 느낀 불안의 원인은 2013년 국정원 내 만들어진 비밀 조직에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재판에서 한참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던 그때,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현안, 실무 TF 팀이 은밀하게 꾸려졌다.
유일한 목적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방어였다.
공판 기간 동안 실무 TF 팀원들은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원 직원들과 위증을 준비하고, 증인 신문 리허설까지 맞춰보며 잘 짜인 연극을 만들고 있었다.
검찰 측의 중요한 증인이었던 국정원 직원들이 돌연 진술을 번복하면서 ‘기억 상실 재판’이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던 원세훈 재판. 위증과 거짓이 난무하는 이 공판 한 켠에는 당시 실무 TF의 팀원으로 일했던 정치호 변호사가 있었다.
그런 정 변호사가 죽음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제작진은 사망 장소에서 발견된 정변호사의 2G 휴대전화를 입수해 세월호의 디지털 장비를 복원한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