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로 걸어간 문워커 생전에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 줬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아래쪽은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추모행렬. 로이터/뉴시스 | ||
과연 흑인이 백인이 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아마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저 피부톤을 좀 밝게 하는 정도면 몰라도 온몸이 하얗게 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잭슨의 얼굴을 보면 이런 생각은 곧 바뀔 수밖에 없다. 그의 얼굴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그가 세월과 함께 실제 백인으로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잭슨의 피부가 조금씩 하얘지기 시작한 것은 갓 스물을 넘긴 198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피부가 조금 환해졌다고 느낄 뿐 그가 설마 백인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987년 <배드> 앨범이 발매되자 사람들은 서서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앨범 커버 속의 그의 얼굴이 몰라보게 하얗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눈에 띄게 나타났던 백화 현상은 그 후 날이 갈수록 심해졌으며, 90년대 들어서는 이미 그는 더 이상 흑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일부러 피부를 하얗게 표백했다고 생각했으며, 피부 박피술을 받았거나 피부 표백제를 사용했다고 믿었다. 실제 지난해에는 한때 잭슨과 함께 일했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한 남성이 ‘피부 표백 연고’를 이베이 경매에 부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남성은 이 연고가 실제 잭슨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가로 무려 2만 5000달러(약 3000만 원)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잭슨 본인은 생전에 이런 소문을 일절 부인했었다. 1993년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백반증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신의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자신이 백반증으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를 눈물로 호소했다.
백반증이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멜라닌 세포가 파괴되어 피부에 하얀 반점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처음에는 얼굴과 손등에서 시작해서 점차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희귀병이다.
잭슨은 자신이 1986년 처음 백반증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얼룩덜룩한 반점을 가리기 위해서 피부를 밀가루처럼 새하얗게 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햇빛에 피부를 장시간 노출하면 안되기 때문에 항상 긴 소매 옷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측근에 따르면 80년대에만 무려 10여 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았던 잭슨은 말 그대로 성형 중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982년 <스릴러> 앨범을 냈을 때만 해도 그는 갈색 피부와 펑퍼짐하고 커다란 코를 가진 평범한 흑인 청년이었다. 하지만 5년 뒤 <배드> 앨범에서는 이미 피부색과 함께 코도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좁고 날렵한 콧날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두꺼웠던 입술도 몰라보게 얇아져 있었다.
잭슨이 처음 코 수술을 받은 것은 21세였던 1979년이었다. 춤 연습을 하다가 넘어져서 코를 다친 것이 시작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비록 코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차마 성형을 할 엄두는 못 내고 있었던 잭슨은 수술을 하고는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 놀라워했다. 코만 조금 고쳤을 뿐인데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 보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성형 중독은 시작됐다. 1981년과 1984년 각각 한 차례씩 코 수술을 받았던 그는 1987년에는 코와 더불어 광대뼈까지 수술했다. 그리고 서른을 훌쩍 넘긴 1991년 무렵에는 더 이상 예전의 잭슨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온몸은 이미 하얗게 변해 있었으며, 코는 더 좁고 뾰족해져 있었고, 갑자기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턱우물도 생겨 있었다.
90년대 들어서도 그의 코는 계속해서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성형 부작용으로 콧대가 주저앉았다는 소문에서부터 코 끝에 분장용 코를 달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그의 코를 둘러싼 괴소문들은 끊이지 않았다.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에도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모습이 목격됐을 정도로 잭슨은 죽기 직전까지 성형수술과 피부병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잭슨이 이처럼 외모에 집착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소문처럼 단순히 흑인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측근들은 불행했던 잭슨의 유년 시절에 그 해답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아버지를 닮아가는 내 모습이 싫었다”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잭슨은 평소 아버지와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 성형 중독으로 표출됐다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코주부(Big Nose)’라고 불리며 놀림을 받았던 잭슨이 유달리 코에 집착했던 것도 어쩌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9남매의 아버지였던 잭슨의 아버지는 괴팍하고 폭력적이었다. ‘잭슨 파이브’ 시절에는 자식들이 실수를 할 때마다 구타를 했으며, 리허설에 지각한 어린 잭슨을 뒤에서 밀어서 다리에 멍이 들게 하기도 했다. 잭슨은 한 인터뷰에서 “리허설을 망칠 때마다 아버지가 매를 때리곤 했다. 보통 허리띠나 몽둥이로 맞았다”고 말했으며, 한번은 냉장고 코드를 뽑아서 채찍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양육법 또한 유별났다. 본인이야 자식들을 엄하게 키우기 위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가령 어린 잭슨 형제들이 밤에 창문을 열고 자는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직접 도둑 가면을 쓴 채 창문으로 들어와 혼을 낸 일은 어린 잭슨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잭슨은 밤마다 침대에서 납치되는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성형에 집착하게 된 원인이 아버지한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외모에 집착했던 잭슨 스스로의 성격에도 문제가 있었다. 여드름만 나도 창피하다며 밖에 나가기 싫어할 정도로 예민했던 그는 무대에 오를 때에는 늘 두꺼운 화장으로 여드름을 가리곤 했으며, 평상시에도 늘 화장을 하고 다녔다. 또한 팬들이 몰려 들어 손을 뻗을 때마다 혹시 자신을 할퀴면 어쩌나 걱정했던 그는 눈을 가린 채 팬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도 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자신이 새까맣고 못 생겼다며 자책했던 그는 점차 말수가 없는 내성적인 아이로 자랐으며, 이 때문에 늘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80년대 가졌던 한 인터뷰에서 잭슨은 “어린 시절에는 가끔 집에 앉아서 혼자 울곤 했다. 친구를 사귀는 게 가장 힘들었다. 때때로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기 위해서 밤에 동네를 걸어 다니곤 했지만 결국 아무도 못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전반적인 잭슨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양호한 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잭슨의 돌연사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에도 여러 번 쓰러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가령 1990년 이미 한 차례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입원했었는가 하면, 1993년에는 탈수증으로 콘서트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또한 1995년에도 또 한 차례 리허설 도중 탈수 증세와 저혈압으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적도 있었으며, 2005년에는 등 통증으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었다.
그의 몸을 망가뜨린 주범은 마약성 진통제와 혹독한 다이어트였다. <스릴러> 앨범 성공 직후인 20대 중반 무렵에는 지독한 다이어트로 한때 몸무게가 48㎏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깡말랐던 적도 있었다. 당시 거식증에 걸렸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본인은 ‘댄서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약물과용이었다. 1984년 펩시 광고 촬영 도중 특수효과로 사용됐던 연막탄이 불발되면서 두피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그는 이때부터 강한 진통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다리 골절이나 척추 부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이나 성형 후유증으로 여러 종류의 진통제를 한꺼번에 다량으로 복용해왔으며, 두 차례에 걸친 성추행 재판을 거치면서는 진통제의 양을 점차 늘려 갔다. 사망 당시에도 그의 텅 빈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약만이 검출됐으며, 죽기 직전까지 단 하루도 약물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중독 증세를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0년대 화제가 됐던 잭슨의 사진들 가운데에는 그가 ‘산소 캡슐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이 침대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또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잭슨이 집안에 설치했던 것이었다. 압축된 신선한 산소가 잠을 자는 사이 혈관 구석구석 전달되면서 심장병, 염증 치료, 화상 치료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원리였다. 이처럼 평소 유난히 건강과 장수를 꿈꿔왔던 사람이었건만 쉰 살을 채 넘기지도 못하고 그는 돌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