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정운의 앨범 재킷 사진.
최근 2000억 원대 암호화폐(가상화폐) 사기 사건에 휘말린 가수 박정운(52)에 대해서도 검찰은 그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 참고인이 될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박정운이 휘말린 사기 사건은 국내 피해자만 약 5000여 명에 이른다는 ‘마이닝맥스 사기사건’이다. 암호화폐는 주식처럼 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지만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암호를 푸는 것으로 획득할 수 있다. 이 암호를 푸는 것을 암호화폐 분야의 전문 용어로 ‘채굴’이라고 하며, 사람 대신에 채굴 작업을 진행하는 고성능 컴퓨터를 ‘채굴기’라고 한다.
마이닝맥스는 이 채굴기로 채굴 작업을 해주는 대신 채굴된 암호화폐 이더리움(Ethereum) 수익을 업체와 회원이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채굴기는 한 대 당 약 300만 원 정도로 거래됐으며 회원들은 높은 수익률에 혹해 여러 대의 채굴기에 투자했다. 마이닝맥스의 회장 A 씨는 이들로부터 투자금 2000억 원 상당을 받은 뒤 이 가운데 상당액을 빼돌려 해외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은 박정운과 A 회장의 유착 관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운이 대표로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이노이엔씨(INNO EnC)’는 A 회장이 지난 7월 마이닝맥스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현재는 폐업된 부동산회사 ‘이노에이엠씨(INNO AmC)’에서 1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회사다.
A 회장과 마이닝맥스의 부회장 B 씨는 이노이엔씨 설립 직후에 “자금 관리를 해야 한다”라며 자본금 80억 원을 빼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A 씨가 마이닝맥스 투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이노이엔씨를 설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정운 역시 남은 20억 원의 자본금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다른 사람 명의로 또 다른 회사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정운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A 회장과 친분을 쌓아왔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가 이노이엔씨의 대표 자리에 오른 것도 A 회장과의 친분이 작용했고, 이런 이유로 박정운도 A 회장의 범행을 지원하거나 직접 개입했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박정운이 마이닝맥스의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얼굴마담’ 노릇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관련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마이닝맥스의 현지 홍보행사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는 것. 앞선 사기사건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동참했던 유명인들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다수의 국내 피해자들은 마이닝맥스의 국내 투자 홍보행사나 모임에서 박정운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를 통해 처음 박정운의 연루 의혹을 접했다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만 놓고 볼 때 박정운은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다만 A 회장의 투자금 횡령을 인지한 상태에서 페이퍼 컴퍼니 설립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 박정운 역시 사건에 깊게 관여한 피의자로 법정에 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정운을 출국금지조치하는 한편, 그가 대표로 있던 이노이엔씨 회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조사 중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박정운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