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은 성공적이다. 애청자 증가수, 신입 BJ 순위 모두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강은비’라는 이름만으로도 기존 팬들을 모으는 효과를 거둔 덕이다. 게다가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일반인에 가까운 BJ를 보다가 연예인이 진행하는 개인방송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저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게임 방송을 시작한 강은비. 그는 애청자 증가수, 신입 BJ 순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강은비의 진행은 게임에 집중한다. 그는 이 방송을 시작하며 “제가 게임을 좋아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프리카 TV로 시청만 하지 말고 방송을 해볼까 하다 아무 준비 없이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앞으로 게임을 좋아하는 은비로 게임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 방송도 할 수 있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기 BJ는 환금성이 높은 별풍선을 받아서 매년 수억 원의 이익을 챙긴다. 자율적으로 행하는 개인방송인 터라,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얼굴을 비칠 수 있는 TV에 비해 직업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오로지 실력과 인기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때문에 강은비의 도전이 성공 사례로 남는다면 다른 연예인들 역시 BJ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TV BJ와 같은 맥락으로 적잖은 연예인들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 즉 유튜버가 활약하고 있다. TV에서는 얼굴을 보기 힘든 이들은 오히려 유튜브로 눈을 돌리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인 엠버와 루나가 대표적이다. 에프엑스는 지난해 11월 공식 앨범을 발표한 후 각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 돌입했다. 루나는 지난해 8월부터 <루나의 알파벳>을 운영하고 있다. 채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루나의 평소 모습과 관심사 등에 대해 알파벳 A부터 Z까지 26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콘텐츠를 제작 후 업데이트한다. 평소 메이크업과 패션 등에 관심이 많았던 루나의 다양한 제안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멤버인 엠버 역시 요즘은 가수 활동보다 유튜브 활동이 더 활발하다. 매주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있고 불과 일주일 만에 10만~20만 뷰씩 조회수가 쌓인다. 인기 콘텐츠의 조회수는 170만 뷰가 넘기도 한다. 엠버의 채널의 특징은 대부분 영어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활용해 유튜브 이용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해외 네티즌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요즘 한국 연예계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해외파가 적지 않다. 그들은 언어 표현의 한계 때문에 국내파 스타들에 비해 예능 출연 등 활동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편한 언어로 마음껏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수 있는 유튜브와 같은 개인 채널은 본인이나 팬들에게 더 없이 매력적인 공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디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방송 현실 속에서 유튜브는 개그맨들이 넘치는 끼를 발산하는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유독 개그맨들이 진행하는 채널이 많은 편이다. 강유미는 <좋아서 하는 채널>을 운영 중이고, 얼마 전까지는 동료인 안영미와 함께 <미미채널>을 진행하기도 했다.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활약하던 김기열도 요즘 웹으로 자리를 옮겨 게임 관련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개그맨 출신 김기수는 뷰티크리에이터로 변신해 유튜브에서 <맨즈 뷰티>를 이끄는 중이다.
‘좋아서 하는 채널’을 운영 중인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이라는 제목답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제작해 업데이트하는 강유미 역시 “새로 나온 음식을 먹거나 정보가 담긴 개인적 콘텐츠, 내가 실제로 관심 있는 콘텐츠를 다뤘을 때 조회 수가 높았다”고 전했다. 방송의 틀에서 벗어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유튜브 콘텐츠가 가진 진짜 힘이라는 의미다.
향후 1인 방송은 더욱 거대한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들도 개인 방송 진행자 외에 ‘빅 픽처’를 그릴 수 있는 방송사 출신 PD를 영입하는 등 이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1인 방송 시대의 개막은 기존 방송 권력의 위기를 의미한다”며 “대중도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야 볼 수 있는 정규 방송보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어느 곳에서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만큼 향후 인지도 높은 연예인들의 이동도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