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한 사야(위)와 광고에 등장한 사야(아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사야입니다. 나이는 17살(아마도 영원히). 이제 막 세상에 나와서 여러 가지를 배우는 중이에요. 여러분들과 같이 많은 친구를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가상 여고생 사야의 최근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사야는 일본 그래픽아티스트인 이시카와 데루유키와 그의 아내인 이시카와 유카가 제작한 3D캐릭터다. 동영상 속 사야는 수줍게 뺨을 붉히며, 때로는 볼에 바람을 넣어 귀여운 표정도 지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더 정교해졌다. 피부와 눈동자, 머리카락 등은 실제가 아니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생생했다. 특히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는 눈빛은 묘하게 시선을 끄는 힘이 있었다.
일본 매체 <IT미디어뉴스>에 따르면 “이번 사야의 모습은 ‘미스 iD 2018’에 참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미스 iD 2018’은 일본의 유명 출판사 고단샤가 매년 주최하는 아이돌 오디션으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의 미소녀를 발굴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올해는 각 소속사 연습생, 그라비아 아이돌 등을 비롯해 약 4000명이 지원했으며,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건 83명이다. 사야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오디션에서 실제 인물이 아닌 CG 캐릭터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사야는 인간과 한층 흡사해진 모습으로 단연 화제였다. “어떻게 봐도 CG가 아니라 실재하는 미소녀 같다” “미묘한 표정변화가 자연스럽다” “실제로 살아있는 듯하다” 등등 놀라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야를 탄생시킨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이시카와 데루유키, 유카 부부다. 2015년 10월, 이 부부가 사야를 처음 공개하자 인터넷에서는 실존 인물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만큼 엄청난 디테일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야가 ‘불쾌한 골짜기’를 완전히 넘어섰다”며 극찬이 쏟아졌다. 로봇이나 인형이 사람과 너무 흡사하면 섬뜩한 느낌이 드는데, 이를 가리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부른다. 사야는 귀여운 외모로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 평가다.
2015년 처음 등장한 사야(왼쪽)와 2016년 버전 사야. 피부 질감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사실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프리랜서 아티스트였던 부부는 “공식적인 업무 외에 남는 시간을 활용해 사야를 만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에, 이시카와 부부는 사야를 더욱 ‘사람답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본업도 포기한 채 사야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16년 버전에서는 피부 질감 표현 등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보다 사실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야의 두드러진 특징은 ‘모델이 된 특정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배우 등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CG 캐릭터는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시카와 부부는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은,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덧붙여 특별히 일본인을 소재로 한 까닭은 “CG 제작 난이도가 높아 도전정신을 자극해서였다”고 한다.
윤곽이 뚜렷한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의 얼굴은 평면적이고 밋밋하다보니 사실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시기를 재현하고 싶다”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17세 여고생으로 최종 결정했다.
작업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피부 질감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흔히 사람의 피부를 CG로 표현할 땐 실제 인물을 3D로 화상화한 뒤 피부 이미지를 골격에 덮어씌우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시카와 부부는 최대한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페인트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표현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도, 덕분에 피부 결, 입술 색깔, 눈의 홍채, 얼굴에 난 점까지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개발 당초 목표는 이미지 몇 컷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사야의 얼굴을 움직이게 하자”로 목표가 변경됐고, 올해는 드디어 전신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영상까지 완료했다. 그동안 사야는 지면 광고 모델로서 데뷔하는 신고식도 치렀다.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시카와 부부는 “사야를 현실 그 이상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야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이돌 오디션에 사야를 출전시킨 것도 그 도전의 일환이다.
이미 영화와 게임업계에서 “움직이는 사야를 실용화하고 싶다”는 제안이 많다. 이와 관련, 게임 인공지능(AI) 개발자 미야케 요이치로 씨는 “VR(가상현실)이나 게임 및 영화 여주인공으로서의 활약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향후 AI가 더해져 사야가 완벽해진다면 ‘퍼스널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가까운 미래, AI와 CG가 결합된 아바타를 우리 모두 하나씩 소유하는 것이다. 아바타는 유저의 취향이나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서포트를 해준다. 미야케 씨는 “언젠가 아바타끼리 소통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이외의 AI는 미국과 유럽이 일본을 앞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서양식 AI는 엄청난 데이터를 입력시켜 인공지능을 교육하는 것이 주류다. 미야케 씨는 “일본의 경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뛰어난 만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야처럼 ‘인간미’와 ‘감성’을 더한 AI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오타쿠 남성을 위한 ‘홀로그램 아내’ 출시 게이트박스는 독신 남성을 위한 홀로그램 로봇이다. 일본에서 홀로 외롭게 사는 남성을 위한 홀로그램 로봇이 등장했다. ‘게이트박스(Gatebox)’라는 이름의 장치로, 집안일을 보조하면서 ‘가상의 아내’ 역할을 맡는다. 가령 아침에 상냥한 목소리로 깨워주고, 저녁에는 사용자가 집에 도착하기 전 미리 조명을 켜놓는 식이다. 먼저 말을 걸기도 하며, 떨어져 있을 땐 다정한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 개발자는 “단순히 오락이나 편의를 추구한 장치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함께 휴식을 취하길 원한다.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당신을 배반하지 않고, 항상 옆에 있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트박스 가격은 우리 돈으로 300만 원 정도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