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용의자인 가나카와 현의 명문 사립 초등학교 교사 사노(44)가 요코하마시의 호도가야공원 내에 있는 여자 화장실을 도촬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그런데 직접 촬영을 시도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나오코(42)였다. 남편이 도쿄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에서 구입한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조작해 몰카 도구를 만들면 부인이 그걸 들고 여자 화장실, 공중목욕탕, 탈의실 등에 들어가 촬영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해왔다고 한다. “5년 정도 전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촬영을 했다”는 진술에 따라 그 이유를 추궁하자 부부의 말 못할 사정이 밝혀졌다.
경찰은 부부의 집에서 발견된 비디오테이프를 앞에 두고 얼굴을 찡그렸다.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들이 용변을 보고 있는 뒷모습, 수영장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는 모습, 공중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가는 모습 등 자택 수색에서 발견된 비디오테이프만 300개를 넘었다. 맨션에 흩어져 있던 ‘몰카 컬렉션’을 조사원이 하나하나 확인한 결과 도촬당한 여성들의 연령은 초등학교 소녀부터 중년까지 다양했다.
부부는 “우리끼리 즐기기 위해서 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개인 컬렉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DVD 등에 카피해 판매를 목적으로 도촬을 해온 것은 아닌지 자택에 있던 컴퓨터 2대를 압수해 조사를 했지만 카피한 DVD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조사원은 결국 “판매가 목적이었을 가능성은 낮다. 진술대로 부부끼리 은밀히 즐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결론짓고 있다.
조사관계자에 따르면 현행범으로 체포된 당시 먼저 붙잡힌 쪽은 부인이었다. 사건 당일 체육관에서는 ‘전 일본 초등학생 배구대회’가 한창으로 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과 보호자 등을 합하면 어림잡아 400명을 넘는 상황이었다. 부부는 사전에 인터넷에서 대회규모를 파악하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체육관 입구에 위치한 여자 화장실은 3칸이었으며 칸막이의 밑에는 7~8cm의 공간이 있었다. 부인은 그중 한 곳에 몸을 숨기고, 밑으로 옆 칸의 수세식 변기 바로 뒤를 향해 코드를 밀어 넣었다. 직경 약 1.5cm 코드의 끝에 렌즈가 달려있는 핀홀카메라였다. 렌즈를 화장실 휴지의 동그란 심지 안에 숨겨 넣어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의 뒷모습을 찍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5년간 부부가 즐겨온 몰카놀이가 종지부를 찍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이때 다가왔다.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43)이 휴지 심지에서 나온 코드가 옆의 화장실로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해 코드를 잡아당긴 것이다. 부인이 깜짝 놀라 자신의 쪽으로 코드를 당기면서 선은 끊어져 버렸다. 당황한 그녀는 화장실을 뛰쳐나오고, 결국 코드를 발견한 여성에 의해 붙잡혔다. 나오코를 붙잡은 여성은 전직 경찰관이었다.
남편은 사건 당시 아홉 살의 장남을 데리고 체육관을 서성이고 있다가 부인이 발각당한 현장을 보고 달려가 부인의 손에서 카메라만 뺏어든 채 도주하려 했지만 결국 주위 사람들에 의해 진압 당했다. 아들은 사람들에게 붙잡힌 채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부모를 보며 울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도촬 현장에 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가나. 게다가 어째서 남편의 도촬증에 부인이 가담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부인으로부터 한 가지 ‘부부의 사정’에 대해 듣게 된다.
부인은 5년 전부터 끊이지 않는 잔병치레로 병약해져 있었다. 결국 허약한 그녀 탓에 ‘부부의 밤생활’에까지 지장이 생기자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도촬에 협력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인은 진술 중 “몰카 비디오를 보며 흥분하는 남편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고 말했다. 그런 부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의 요구는 갈수록 심해져만 갔다. “오늘은 공중목욕탕 몰카가 보고 싶어”, “오늘은 여자아이 몰카가 보고 싶어”라며 그날그날의 기분에 맞춰 도촬 타깃을 바꿔가며 요청했다. 그런데 남편의 만족하는 얼굴을 보기 위해 시작된 도촬은 어느 샌가 부인 본인의 즐거움으로까지 변해있었다. “도촬에 스릴을 느꼈다”는 부인의 진술에서도 그녀가 얼마만큼 부부의 몰카놀이에 빠져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편 사노의 체포로 그가 근무하던 사립초등학교는 충격에 휩싸였다.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몰카의 피사체가 된 것은 아닌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회수된 테이프에서 초중학생들의 영상이 많다는 점과 체포 당일도 초등학생 배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용의자가 유아 성도착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촬은 피해자의 감정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죄의식 없이 습관처럼 범행을 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조사 관계자에 의하면 부부는 체포 직후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 존경받던 교사와 한 남자의 아내로서 열심히 살려했던 부인. 그런 평범한 부부가 심각한 고민 없이 저질러온 도촬범죄. 그것이 ‘범죄’라고 느끼게 된 순간 모든 것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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