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으로 만든 모두의 지도 ‘대동타코야끼여지도’는 스마트폰이 있는 모두에게 전국의 타코야끼 점포로 가는 길을 안내 해 줍니다. 트위터에서 한창 ‘핫’한 ‘대동타코야끼여지도’는 집단지성이 만든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동타코야끼여지도’의 탄생 비밀은 무엇일까요? 정말 트위터 유저들이 말한 그곳에 타코야끼가 있을까요? 특히 겨울은 타코야끼 점포를 길 위에서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기 때문에 현금 3천원을 항상 품고 다녀야 하는 계절입니다. <일요신문i>가 ‘대동타코야끼여지도’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이 오픈맵은 전국의 모든 타코야끼 점포를 지도상에 표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 더 이상 점포와의 기약 없는 만남을 기다리며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질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A씨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김지양 씨는 ‘대동타코야끼여지도’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그는 11월 21일 ‘전국 타코야끼 협회라는 말을 듣고 만들어봤다’며 ‘링크로 들어가 자유롭게 본인의 타코야끼 스팟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링크를 통해 지도에 들어가 위치를 표시하고, 실제 점포명이나 간단한 설명 등을 적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서 하나의 지도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대동타코야끼여지도의 운영자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개설 초기 밝혔다
지도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좌표가 바다나 휴전선 위쪽에 찍혀 있는 등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운영자는 “좌표가 동해바다 위에 떠있습니다. 혹시나 배 타고 가실 분들을 위해 정확한 위치로 이동 바랍니다”라거나 “경기도 위치 올려주신 분, 휴전선 너머에 점이 찍혀있습니다. 파주 근처 사시는 분들이 급한 김에 월북하지 않도록 이동주차 부탁드립니다”며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하기 위해 수정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혹은 “스팟을 추가할 때 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추가해 달라”며 “실제로 있는 곳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일부러 찾아갔다가 허탕 치는 분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사용자의 참여도도 높다
이에 트위터 참여자들도 “인천 서구 검단사거리에 있는 타코야끼 가게입니다. 트럭 아니고,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운영하는 건데 맛있어서 저녁에 가면 줄도 서 있습니다. 휴무일 없는 것으로 압니다”는 등 지속적으로 타코야끼 점포의 위치를 제보하는 방식으로 호응하고 있습니다.
운영자 뿐만 아니라 일반 참여자들도 “서울 레이어에 경기도에 있는 점포가 들어가 있다. 수정해달라”며 내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충남 보은군의 금요일마다 오는 타코야끼. 매운 맛은 빈속에 먹으면 피X싼다”며 음식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네티즌들은 “내가 아는 타코야끼 가게와 트럭 4군데가 모두 표시 돼 있다”며 “새로 생긴 곳 하나 놓치지 않는다. 소름 돋는다”거나 “2017년 최고의 웹정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평소 타코야끼 하이에나 중 하나였던 기자는 지도를 따라가면 과연 점포를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대동타코야끼여지도’ 에 표시된 스팟이 가장 많은 이대, 신촌, 홍대의 점포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대동타코야끼여지도의 스팟을 따라 이대에 갔다
11월 28일 저녁 6시 30분 이대에 도착했습니다. 이대역 2번출구에서 정문에 이르는 길에는 4개의 점포가 표시 돼 있습니다. 길 하나에서만 타코야끼 점포를 4개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들떴습니다. 이대 정문에서 가까운 첫 번째 점포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점포도 없어서 슬픈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쯤 점포 하나가 보였습니다. “타코야끼 심봤다”를 외칠 뻔 했지만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가게를 향했습니다.
타코야끼를 굽는 고소한 냄새와 지글지글 소리의 콜라보가 오감을 자극했습니다. 15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점포 주인은 “‘타코야끼여지도’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적도 없다”는 쿨한 답을 했습니다. 오픈맵을 아직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강의 위치를 알고 사러 갈 수 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신촌에 있는 대동타코야끼여지도의 스팟을 찾아갔다.
이대를 벗어나 신촌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8시 10분 쯤 도착했을 때 오픈맵에 표시 된 5개의 점포 중 3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픈맵상에 ‘점포’로 표시 돼 있는 스팟은 확실히 타코야끼 가게가 있는 곳이어서 믿고 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게에 있던 한 손님은 “‘대동타코야끼여지도’를 들어본 적이 있다”며 “오픈맵을 보고 이곳을 찾은 건 아니지만 2주에 한 번은 먹을 정도로 타코야끼를 좋아하는 만큼 활성화 되면 자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대를 찾았습니다. 홍대입구역 부근에 저녁 9시쯤 도착했을 때 7개 중 3개의 점포를 발견했습니다. 지도에 있는 스팟 중 몇몇 곳은 “매주 금요일 6시 이후에 오세요”라거나 “요일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끔 저녁에 타코야끼 트럭이 출몰한다”며 방문했다가 점포를 찾을 수 없는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는 설명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오픈맵을 통해 11월 28일 저녁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3시간동안 이대, 신촌, 홍대의 16개 점포 중 7개를 발견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생긴 지 일주일이 조금 넘은 지도라고 보기엔 정확도가 꽤 높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오픈맵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확해지고, 정보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코야끼 없이 살 수 없다는 대학생 최 아무개 씨(24·여)는 “타코야끼의 생명은 문어”라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물렁해야 한다. 문어는 씹는 맛이 있되 질기면 안 된다. 지도가 나올 만큼 타코야끼가 인기가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원 석 아무개 씨(26·여)는 “어릴 때 만화를 보고 생긴 타코야끼에 대한 환상 때문에 계속 즐겨 먹는다”라며 “가게의 분위기가 일본에 온 느낌을 줘서 좋다. 한국 빵 중에 비슷한 게 없어 아쉽다”고도 했습니다.
홍대를 찾아갔다
앞서의 트위터 사용자 A씨는 “(제가 한 말을 시작으로) 지도가 생기는 걸 보면서 많은 분들이 타코야끼 점포의 위치를 알 수 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구글지도를 이용해서 제 생각이 현실화 되고, 지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픈맵을 처음 만든 김지양씨에게 무척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오픈맵이 생긴 뒤 지도를 이용해서 홍대입구역 부근에 있는 가게를 직접 방문해 타코야끼를 먹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대동타코야끼여지도’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타코야끼의 민족’같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주시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도 한다. 하지만 사적 이익을 얻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집단 지성을 이용한 오픈맵은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동타코야끼여지도’도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품 안의 3천원을 요긴하게 잘 쓸 수 있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구예지 인턴기자 yezyharu@ilyo.co.kr
집단지성 활용한 ‘참여형 지도’ 사람 목숨도 살릴 수 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오픈맵이 구조 활동에 활용됐다. 사진=연합뉴스 집단 지성을 이용한 오픈맵은 사실 ‘대동타코야끼여지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와이즈’와 ‘오픈스트리트맵’이라는 이름으로 집단 지성을 활용한 참여형 지도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착안한 사용자 참여형 지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장착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세계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와이즈 사용자들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막다른 길에 들어섰을 때 이 사실을 지도에 표시해 다음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오픈스트리트맵 또한 와이즈와 유사한 목적으로 태어났으나 비영리적인 위키피디아 모델에 더욱 가깝습니다. 오픈스트리트맵의 경우 실제로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변하는 지형을 살피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인명 구조 활동에 활용된 바 있습니다. 또한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필리핀 수해 복구 현장에서 적십자가 이를 활용해 구조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매핑의 경우 참여형 지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특정한 주제를 가진 경우를 말합니다. 지역의 관심 있는 부분들을 찾아서 함께 지도를 만들고, 지역의 문제나 개선점을 찾아내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주제별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매핑의 주제는 환경, 복지 등 공동체의 관심사라면 어느 것이든 가능합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통해 장애인 접근시설이나 로드킬 위험 지역 지도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