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9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고영태 씨 측이 정유라 씨 피습사건으로 인해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고 가족들이 만류해 못 나오겠다는 연락을 오늘 오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팀은 “고영태 씨가 오늘 오전 갑자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재판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기일을 잡아주면 반드시 출석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장시호 씨나 고영태 씨가 다음 기일에도 불출석한다면 증인철회 여부도 검토해 재판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도 지난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 심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신변 위협 등의 부담을 느껴 출석하지 않았다.
고영태 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운영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에 재단출연금을 강요했다는 최순실 씨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핵심인물이다.
1심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그룹의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두 재단이 최순실 씨의 사적 이익 추구수단으로 설립·운영된다는 점을 이재용 부회장이 몰랐다는 것이다. 출연금 역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사회협력비 분담비율’에 따라 수동적으로 정해져 이재용 부회장 등이 적극적·능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반면 특검팀은 재단 출연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만큼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출연금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날 특검팀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으로 구속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독대하기 3일 전에 안가에서도 독대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며 “안가에서의 독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독대에 참여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외에 당시 담당자였던 안봉근 전 비서관이다. 최근 검찰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확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총 세 차례 독대를 가진 것으로 봤다. 그동안 삼성 측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전 부회장의 5분여간의 만남을 뇌물수수에 대한 합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안봉근 전 비서관을 통해 또 다른 독대를 입증할 경우 독대는 총 4차례가 돼, 삼성 측에 불리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재판부는 “변론종결 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충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1월 첫 주부터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12월 말 종결을 목표로 하겠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