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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자료만 놓고 보면 분명 증가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적발 건수는 지난 2011년 1535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5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3286건이니 지난해 대비 증가 추세다. 그렇지만 성인 콘텐츠가 주로 유통되는 국내 웹하드 및 P2P 사이트의 분위기는 다행히 리벤지 포르노의 지속적인 감소다.
“경찰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그런 몰카가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마 전 경찰이 직접 몰카를 만들어 거기에 업로드는 물론 다운로드도 처벌 대상이라는 경고 문구를 실었는데 나름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다운로드받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들어 웹하드 업체들도 그런 경고 문구를 팝업창에 띄우기도 한다. 아무래도 경찰의 강력한 단속 의지가 이런 몰카 확산에선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한때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별 생각 없이 업로드하고 다운로드되던 미성년자 출연 음란물이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 거의 다 사라진 것과 비슷하게 보면 된다.”
국내의 한 중견 웹하드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부산지방경찰청이 디지털 성폭력 범죄 대책의 일환으로 ‘경고 메시지’를 담은 위장 음란물을 제작 유통한 것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경고영상 업로드 파일공유 사이트의 불법몰카 유통량이 11%까지 감소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11%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고 호평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지난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웹하드 P2P 사이트에 올린 음란물 위장 영상 일부분.
몰카 감소의 더 결정적인 원인은 경찰의 단속보다 일반인들의 의식 변화라는 분석도 있었다. 리벤지 포르노의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연인들이 그런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것.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유출됐던 리벤지 포르노의 상당수가 남녀가 합의 하에 촬영한 것들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동안에는 내밀한 비밀이자 증표일 수 있지만 관계가 틀어진 뒤에는 엄청난 흉기로 변해버리곤 한다.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과 매스컴의 관련 보도로 연인들이 이런 내밀한 사생활을 촬영하는 행위 자체가 줄어들면서 유출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의 근거 역시 성인 콘텐츠의 유통 흐름을 통해 포착된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망치의 분석이다.
“요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만 줄어들었다. 여전히 몰카 형태의 성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대단하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신작 몰카’는 많지 않다. 리벤지 포르노나 국내 몰카라는 제목을 붙인 성인 콘텐츠가 여전히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보면 외국, 특히 중국에서 물 건너 온 것들이다. 보면 요즘 이런 부분이 중국에서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중국에서 건너온 리벤지 포르노와 몰카가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국내로 유입돼 마치 한국인들이 출연한 것처럼 포장돼 있다. 심지어 ‘어느 대학교 몇 학년 몇 살 아무개’라고 구체적인 신상 정보까지 담긴 전형적인 리벤지 포르노의 제목을 한 동영상인데 대화 내용과 배경 등을 보면 중국에서 촬영된 중국인 커플의 것인 경우도 있다. 또한 연인들이 합의 하에 촬영한 동영상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몰카 형태로 촬영된 것들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화장실 몰카도 여전히 자주 눈에 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아직 수요는 많은데 공급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업로더들이 경찰 단속을 조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반 대중의 의식 변화로 공급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지난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웹하드 P2P 사이트에 올린 음란물 위장 영상 일부분.
한편 이런 흐름의 최대 피해자는 불법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매수를 하는 남성들이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뒤 이를 유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 터라 몰카 유출로 피해를 입었을지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이를 악용한 일부 성매수남들이 자신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성매매 여성의 얼굴은 고스란히 나오는 동영상을 유출하고 있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망치의 설명이다.
“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오피녀 시리즈다. 출장 성매매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들인데 과거 안경 형태의 몰카를 끼고 성매매 업소에서 찍은 몰카가 유행했었는데 그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안경 몰카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성매매 장면이라는 한계 때문이었다. 그 즈음에는 워낙 일반인들의 내밀한 사생활을 담은 동영상도 많았기에 자연스럽지 않은 성매매 동영상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일반인들의 자연스러운 몰카가 급감하면서 오피녀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흐름을 놓고 볼 때 리벤지 포르노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몰카는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게 정확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