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오후 3시 시장쉼터에서 개최된 양평물맑은시장상인회 자문회의 광경. 롯데마트 입점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차기 이사회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반대 측 “자생할 시간 더 줘야” vs 찬성 측 “롯데마트가 문제 아냐… 상인이 변해야“
양평군 ”한시법에 기대지 말고 일단 협의 시작해야“… ”상인회 요청하면 적극 개입“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경기 양평군 양평읍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최근 완공된 롯데마트 입점을 놓고 찬반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27일 양평물맑은시장 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상인회(회장 고건덕) 자문회의에서는 상생협의를 거쳐 입점을 해도 무방하다는 측과 입점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회의에는 상인회 고문과 자문위원, 이사, 군청 관계자, 송요찬 군의원, 언론사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입점을 반대하는 측은 양평물맑은시장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더 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찬성하는 측에서는 입점을 바라고 있는 군민 대다수의 여망도 고려해야 하고, 또 롯데마트 입점이 문제가 아니라 상인들의 인식변화가 우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양평물맑은시장 T/F팀이 의뢰해 조사한 용역 결과 역시 ‘상생협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 났었다‘고 주장했다.
양평군청 담당부서 역시 2020년까지 한시법인 전통시장보호법이 사라지게 된다면 상인회에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게 되니, 입점 반대로 인한 이익과 불이익을 잘 고려해서 결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상생협의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양평군에서도 적극 개입해 상생협의회를 열어 시장과 양평군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2006년 제정당시 10년간 효력을 가지는 한시법으로 제정됐고, 이후 2020년까지 5년 연장됐다.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보았다.<편집자>
◈ 반대 측 ”시장상권 붕괴될 것, 시간 더 달라“
먼저 시장상인회 전 회장인 A씨는 “롯데마트 입점 여부는 차후 문제”라면서, “정식 직원도 채용한 상태에서 지난 4년 동안 상인회 각종 행사 내용에 대해 고문, 자문위원을 비롯해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임원진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롯데마트 입점 문제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인회가 법대로 하다보니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면서, “롯데 측이 상생을 하려면 1가지라도 상인회와 협의하여 적극적인 상생안을 내놔야 하고, 그 후에 입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자 반대 측은 “법을 어긴 것은 롯데마트인데 ‘군민 86% 찬성’. ‘자영업자 81% 찬성’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면서,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민들은 다 원하는데, 마치 상인들이 법을 어겨가면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느 주민들이 롯데마트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겠느냐”면서, “그런데 롯데마트가 들어 와서 과연 시장을 얼마나 살릴 수 있겠느냐.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다른 이사도 “롯데마트와 시장 판매 품목이 겹치는 게 있는지 여부 등도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상인들에게 이익이 되면 해주고 이익이 안되면 입점을 끝까지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건물은 완공이 돼서, 산달은 다됐는데 주위에서 압박은 오지 상인회 나름대로 압박이 온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상인들이 평생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1, 2, 3차 T/F팀에 관계했던 이사들로부터 T/F팀 활동에 대한 결과를 보고 받았다. 1, 2차 대형마트입점저지소위원회 T/F팀에서는 용역결과를 놓고 검토를 한 결과 입점 반대를 표명했다는 것이고, 3차 T/F팀에서 실시한 용역결과는 ‘상생을 하라’였다는 것.
◈ 찬성 측 ”상인회장 혼자 무거운 짐 져선 안돼, 상인회에서 결단을 내려줘야“
3차 T/F팀에 관여했던 이사들은 “5일장 면적 중 1/3을 기존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는 방안과 상가 공실들을 이용해 2~30대의 창업에 도움을 주는 등 6가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20대 30대가 찾아오는 시장으로 변화를 꾀해보자는 것이 T/F팀의 결과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방안들은 결국 예산문제와 결부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환경개선비 등에 소요되는 예산 5억원을 롯데마트에서 받아내는 등 시장과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상생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12만 양평군민이 있는데 상인회장 혼자서 결정하도록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는 안된다. 입점 문제로 6년 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상인회에서 이제 결론을 내줘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상인회의 결단을 촉구하고, 양평군 역시 상생협의회를 구성해서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요찬 군의원도 “한시법 시한인 2020년까지 이대로 끌고 갈 것인지 여부를 상인회에서 결정해줘야 할 것 같다. 대신 상생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를 했을 경우 득실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 “롯데 측에 뭘 얻어낼 것인가에 대한 상인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하여 롯데 측과 상생협의를 해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
3차 T/F팀에서 일했던 한 이사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가장 우선이 소비자 편익이다. 우리 상인들 역시 소비자가 없으면 생존을 하지 못한다. 소비자를 무시하면 안된다”면서, “상인들이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예산을 지원해도 활성화될 수가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또 다른 이사도 “언젠가 롯데마트는 들어 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T/F팀에서는 롯데 입점과 상관없이 상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객은 바뀌는데 상인들은 바뀌지 않고 원론적인 얘기들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다른 이사도 “양평 주변에 대규모점포가 이미 많이 들어 와 있다”면서, “어떻게 상생을 해서 공존을 하느냐 하는 게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2020년까지 반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자 한 원로 자문위원이 “상인회에서 시시시비를 논해봐야 결론이 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양평군 행정책임자와 의회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양평군 ”일단 상생협의를 시작해야“... “1km이내 입점, 롯데 잘못 아냐”
이에 양평군청 신희구 팀장은 “상인회원과 소비자 모두가 소중하고 중요하다. 단지 2020년까지 한시법이라는 게 마음이 걸린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6년을 허비했는데 2020년 금방 온다. 그때 가서는 결국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 전제하에서 고민을 깊게 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 했는데, 지금 흥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 ‘롯데가 요구하면 우리는 이런 걸 요구한다’는 식으로 해서 안되면 그때 안하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전통시장보호법이 한시법이기 때문에 시장상인회가 절박한 마음으로 해야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지위원회, T/F팀 구성 등 상인회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본다”면서, “이제는 상인회장이 할건지, 이사들에게 위임 할건지 결정해서 싸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2020년까지 가면 될 것이다. 또 ‘상생할 수 있다’라는 결론이 나오면 상생하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신 팀장은 “조금씩 양보를 해야 되는 상황이지 내가 처한 상황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상인회에서 원한다면 언제든지 롯데와 상생할 수 있는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마트가 1km안에서의 개점이 법을 어긴 것이라는 반대 측 주장에 대해 “롯데가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오는 건 아니다. 1km안에 들어 왔기 때문에 상생협의를 하는 것이다. 1km 밖이면 상생협의를 할 필요도 없다”면서 롯데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상인회는 차기 이사회에서 상생협의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이날 회의를 마쳤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적극찬반 표명 군민 86.3%가 롯데마트 입점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인인 자영업자 81.3%가 입점을 찬성해(반대 13.5%) 전체 평균보다 높아 눈길을 끌었다. 또 ‘장을 볼 때 주로 어디를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할인마트가 84.6%로 압도적으로 많아 ‘재래시장 상권 붕괴’를 앞세운 입점반대 측의 논리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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