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천정배 의원과 11월 30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통합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박은숙 기자
― 왜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나.
“크게 보면 통합은 우리 정치의 시대적·역사적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낡은 기득권 질서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작년 촛불 국민 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낡고 병든 기득권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는 시대적 요구였다. 우리 사회 여러 부분에 스며들어 있는 반인권적 요소들을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된다는 것이 현재 시대적 과제이고 정치적 임무다. 그런데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그것에 저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정당의 색깔도 다르지 않나.
“바른정당의 냉전적 안보관과 햇볕정책의 부인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남북한 대화와 협력을 주장해 온 세력에 대해서 ‘빨갱이’ ‘종북’이라는 색깔론으로 공격해 온 작태들은 적폐 중 적폐다. 이런 걸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호남을 차별과 소외된 상태에서 평등하고 동등한 기회를 갖고 지역 평등 사회와 국가 균형 발전의 시대를 만들자는 것이지, 그걸 넘어서서 호남이 다른 지역을 지배하고 패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아니다. 호남 지역주의를 청산해야지만 같이하겠다고 했는데 적폐에 해당하는 영남 패권주의가 호남을 지역주의로 매도하는 ‘적반하장’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력과 우리는 같이 갈 수 없다.”
─ 실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실리적인 면에서도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70%의 국민이 적폐 청산과 개혁을 열망하고 있다. 개혁의 지지를 얻는다는 말은 호남의 지지를 얻는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국민의당은 원래 개혁적인 지지를 얻어서 발전한 당이다. 비록 지금은 개혁적 국민의 지지가 다 민주당에게 가 있어 우리가 곤경에 처해 있지만 민주당과 경쟁해서 개혁적 국민의 지지를 찾아올 때만이 선거에서도 이기고 집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 모여 있는 개혁적 국민, 국민의당의 잠재적 지지기반을 찾아와야 한다. 나머지 30% 갖고는 이길 수 없다. 70%를 버리는 한 우리는 길이 없다.”
― 그래도 지방선거 대응 차원에서 바른정당과 정책적 연대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나.
“말만 정책적 연대지, 통합으로 가기 위한 수순 밟기기 때문에 반대한다.”
─ 통합 찬성 진영에선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합해서 무슨 힘이 생기나. 국민의당 국회 의석수는 40석이고 바른정당은 11석이다. 40석만 가지고도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바른정당은 12월 중으로 와해될 것이라고 본다.”
─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추진하는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나.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적폐 청산에 대해선 큰 틀에서 협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통합하는 것 같나.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에 대해선 늘 반대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입지를 얻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적어도 안 대표가 주도하는 통합은 반문재인·반민주당 통합일거다.”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제로다. 최근 광주의 한 매체가 국민의당 호남지역 23명의 의원에 대해서 전수 조사를 했다. 20명이 통합 반대이고, 1명이 입장 표명 유보, 2명이 조건부 통합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송기석 의원은 ‘당 내에서 총의가 모아진다면 통합할 수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총의가 안 모아졌다. 지역구 비호남 4명(김성식 이언주 이찬열 최명길 의원)이 있지만 찬반은 2대 2정도라고 본다. 비례 대표 13명 가운데 5명은 통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략 30여 명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40명 국회의원 가운데 30명이 반대하는 통합을 할 수 있나.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본다.”
― 만약 바른정당과 합당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개혁적 정체성과 멀어지면 국민의당은 소멸하게 된다. 바른정당이 한국당으로 가면 어느 정도는 살 것이다. 안철수 대표도 극우 기득권 세력을 개혁적 방향으로 바꿔보기 위한 작업에 자기의 정치적 목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후예로 자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집권의 길도 아니고 개혁의 길도 아니다.”
― 안철수계가 호남 중진과 갈라서게 되면 호남에서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호남에선 무조건 죽는다. 지금도 거의 지지율을 잃었는데 개혁 노선을 이탈한 세력이 호남 지지를 얻을 순 없다. 안 대표가 우리의 간절한 주장을 저버리고 바른정당과 합당한다면 호남으로부터 확인사살 당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호남 중진 의원들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호남 지역구 의원 23명 가운데 3명은 중진이라고 볼 수 없는 초·재선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100%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합치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국민의당은 양당 세력의 싸움판 정치를 넘어서 제3당으로서 다당제 시대를 연 정당이다. 국민의당은 전국적으로 보면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열었고 지역적으로 보면 호남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일당독점의 폐해를 극복하고 생산적인 경쟁의 시대를 열어 온 정당이기 대문에 반드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초대 국민의당 대표로서 현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은데.
“허탈하고 많은 책임감도 느낀다. 국민의당은 보수·진보를 아우르고 넘어서는 개혁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을 만들고 지금까지 왔다. 개혁을 선도하는 정당으로 가기 위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바칠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안 대표는 즉각 통합 논의를 중단하고 국민의당이 개혁적 노선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 안철수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자신한테 달렸다.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한 지 3개월 됐다. 3개월 동안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개혁보단 반개혁·반문재인·반민심으로 달려왔다. 그렇게 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사는 길도 아니다.”
─ 그럼에도 안 대표가 통합을 강행한다면.
“안 대표가 현재 상태로 바른정당과 통합을 강행한다면, 그런 당과 함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