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는 회장 선임을 앞두고 관료 출신과 민간 출신에 모두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고 거론된 후보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비판이 적지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회(금융위) 위원장은 지난 10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그런 분들(고령의 관료 출신)이 올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대통령에게 직언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연합뉴스
민간 출신의 은행연합회장 후보는 김 내정자와 신상훈 전 사장 두 명이었다. 김 내정자를 선택한 배경에는 신 전 사장의 도덕성 문제도 있다. 그는 올해 초 경영자문료 관리 소홀 등의 책임으로 벌금 2000만 원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에게 특별한 흠결이 없어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그를 내정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김 내정자가 ‘정부 네트워크에 강한 민간 출신 인사’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1971년부터 2014년까지 농협에서만 근무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경제금융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것도 눈에 띈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 민간기관이지만 금융당국과 접촉은 다른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와도 연관이 있다”며 “업계 입장 대변과 정부와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생명보험협회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11월 29일 최종구 위원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특정 대기업 출신이 기업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서 회장으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일이 나타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관료 출신과 대기업 출신을 제외하면 관가와 네트워크가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내정자. 사진=KB금융
신용길 내정자는 1992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2013년 은퇴한 후 2015년 KB생명 사장으로 복귀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정치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적은 없다. 하지만 금융권 일부에서는 김 내정자가 교보생명 대외협력담당 사장 출신이기에 네트워크가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다고 평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계에서 오래 근무했고 능력과 신망도 있어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영입한 인물”이라며 “KB생명의 작년 실적이 2015년보다 하락했음에도 지난해 말 연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우여곡절 끝에 민간 출신으로 회장 선임을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금융협회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관료 출신이 백그라운드를 이용해 회장에 선임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특정 출신이 회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신한사태 앙금 털기? 위성호 신한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추천 눈길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 사장을 추천한 사람은 위성호 신한은행장이다. 위 행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대변인이라고 불릴 만큼 라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다. 2010년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이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두고 다퉜던 일명 ‘신한사태’ 때도 라 전 회장을 지지했다. 신 전 사장과 위 행장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위 행장의 추천과 관련, 신 전 사장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에 대한 행사 보류 조치를 해제하는 등 신한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반응만 보여 왔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조만간 대대적인 인사와 쇄신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몇 년간 금융지주 실적 1위는 신한금융이었지만 올해 1~3분기는 KB금융이 1위를 차지해 신한금융으로선 반전이 필요하다. 신 전 사장과 관계 개선도 분위기 반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와 화해무드를 조성하면 신한금융의 이미지도 상승한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신 전 사장이 올해 초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금융권에 복귀하면서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는 사람이 됐다”며 “산업은행 회장, 우리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됐다는 것은 아직까지 그의 위상이 낮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위 행장 개인의 뜻에 따라 추천한 것이기에 정확한 추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은 여전히 신한금융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신 전 사장의 측근은 “은행연합회장이 신한은행에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위 행장이 특수한 감정을 갖고 신 전 사장을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