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2시 루즈삭스 차림으로 뛰어가는 여성은 여고생일까, 이미지클럽 호스티스일까 | ||
밤 12시가 지나면 서서히 드러나는 일본의 대표적 환락가 가부키초의 또 하나의 얼굴이다. 불법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점까지 합쳐 유흥업소가 3000군데가 넘는 이곳에서는 매일 밤 인간의 퇴폐적인 욕망이 분출되고 있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이 고발한 2009년 여름의 가부키초를 찾아가 보았다.
매일 밤 40만 명 이상이 모여드는 일본 도쿄의 가부키초. 유흥의 거리로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곳은 자정이 넘으면 오로지 향락을 위한 장소로 변해간다. 쇼핑과 비즈니스, 교통의 중심지인 신주쿠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엉덩이 반이 다 보이는 쇼트 팬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 사람들의 눈은 신경 쓰지 않고 끌어안은 채 키스하는 커플,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구급차에 실려 가는 대학생, 호스트 클럽 앞에서 “죽여 버릴 거야”라며 울고 있는 여성, 호객꾼과 행인의 실랑이, 무장한 경찰들과 사이렌 소리가 뒤섞인 가부키초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그 안에서도 가부키초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고마극장 앞 광장에서는 매일 밤 한 무리의 소녀들이 도로에 앉아 화장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가출소녀로 보이는 미성년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소녀에게 묻자 “사람들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원조교제로 유명한 이곳에서 도로에 앉아 있는 소녀들 주위에는 항상 기회를 엿보면서 어슬렁거리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한참을 배회하다 결심한 듯 다가온 반듯한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은 소녀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다정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거는 남성과 무표정하게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가 싶더니 호텔이 밀집되어 있는 골목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다.
▲ 일본 대중지 <주간문춘>에 보도된 가부키초의 다양한 모습들. 옷을 벗고 전신주에 기어올라가다 경관한테 제지당한 대학생(왼쪽)과 만취 상태로 길바닥을 굴러다니는 여학생들(오른쪽). | ||
이처럼 가출한 소녀들은 가부키초 거리에서 몸을 팔아가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약한 소녀에 불과한 그녀들이 거리에서 살아나가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나 커 보인다. 그 곳에 있던 소녀 중 한 명은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고, 관계 후 되레 내 돈을 빼앗아 도망가는 남성도 있고, 때리거나 때려달라거나 하는 등의 변태플레이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엔 거리의 부랑자들이 알선책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남성에게 말을 걸어 이야기가 잘되면 전화를 걸어 여자아이를 불러낸 뒤 선금을 챙기는 신종 시스템이 생겨난 것이다.
가부키초의 매력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있다”라는 점이다. 짧은 스커트의 교복을 입고 호객 행위를 하는 여성, 공원 한 구석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낼 남자를 찾는 남성, 여자로 분장한 수염난 남자, 사진으로 여자를 먼저 고르면 여자가 일하는 가게로 데려가 주는 알선업소까지.
이처럼 현재 가부키초는 일본 내에서 유흥과 퇴폐를 의미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불경기로 위축된 소비시장을 위해 국민에게 돈까지 나눠주는 상황이지만 이곳 가부키초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불황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듯하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