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싸우는 일본의 무사, 스모 선수들이 벌거벗은 몸 위에 마스크만 착용하고 있는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에서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정식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8월 10일부터 16일까지 약 12만 명이 새롭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스모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선수 감염자는 17명이다. 시코(스모에서 선수가 경기장에서 하는 운동. 두 팔을 교대로 높이 올려서 지면을 힘차게 구른다)를 밟는 것으로 그 토지에 무병식재(無病息災)를 불러온다는 씨름꾼도 신종플루는 이기지 못한 듯하다.
앞으로 더 많은 감염선수들이 발생한다면 9월의 큰 시합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스모협회의 이사장은 “각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육중한 몸매의 벌거벗은 스모선수들이 의지할 곳은 손바닥만 한 마스크밖에 없다.
문제아로 통하는 요코즈나인 아사쇼류는 “협회가 제대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협회의 회의 시간에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며 오랜만에 바른 소리를 했다. 다른 선수들이 이용하는 버스에도 타지 않고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등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던 아사쇼류가 경기장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 의외의 모습도 보였다. 아사쇼류라면 감염을 걱정했던 것보다는 단지 자신의 차로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기장의 입구에는 손을 소독하는 소독액이 놓여있지만, 정작 경기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관객은 적은 데다 선수들 역시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그나마 쓰고 있던 마스크도 떼어버린다. ‘머리는 가리고 엉덩이는 드러내는’이라는 일본의 속담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일본 스모계의 신종플루 예방대책이 맨몸의 무사들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