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후 첫 챔프에 등극한 정관장 황진단 선수단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했다.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종전에서 역대급 경기가 나온 끝에 정관장 황진단이 2017년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3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정관장 황진단이 2위 포스코켐텍을 3-2로 꺾고 종합전적 2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정관장 황진단은 창단 후 첫 우승이다.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포스코켐텍이 3-2로, 2일 열린 2차전에서는 정관장 황진단이 3-1로 각각 승리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종국은 바둑 단체전의 진수를 보여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정관장 황진단은 박진솔이 사활 착각으로 변상일에게 221수 만에 백 불계패하며 첫 경기를 내준데 이어 한승주도 장고바둑에서 이원영에게 256수 만에 흑 불계패해 0-2로 벼랑에 몰렸다.
그러나 이어진 3국에서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팀의 리더 이창호가 포스코켐텍 윤찬희의 막판 자충 실수로 223수 만에 행운의 불계승을 거둬 반격을 시작했다.
주장전으로 펼쳐진 4국에서 정관장 황진단의 신진서가 최철한에게 156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2-2 동률을 만드는 데 성공해 챔피언 결정은 최종국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2017 KB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은 나현과 김명훈은 챔피언결정전 1∼2국에서 모두 연승을 거두는 등 상승세여서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결국 엎치락뒤치락 난타전 끝에 김명훈이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정관장 황진단의 첫 우승에 화룡점정을 했다.
이창호 9단은 팀의 완봉패 위기에서 3국을 극적으로 잡아내며 정관장 황진단 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반면 전기 대회 준우승팀 포스코켐텍은 6년 만에 KB리그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뒀지만 윤찬희와 나현이 마지막에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개막전부터 10연승 행진을 하는 등 14승 2패로 시즌을 1위로 마감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확정지은 정관장 황진단 김영삼 감독은 “감독 생활 7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감동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우승도 기분 좋지만 김명훈, 한승주같이 눈여겨봤던 기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보람 있는 것 같다”면서 “바둑팬들의 응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은 팀에 감사드리며 특히 홍삼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이창호 9단은 “정규리그에서 부진해 팀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조금 활약해 면이 섰다. 개인전 우승과 단체전 우승은 느낌이 너무 다르다. 정말 기쁘다. 나도 모르던 사실이었는데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선 5연패 끝에 첫 승리라고 들었다. 솔직히 바둑리그에서 우승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얼떨떨하다. 내가 이긴 3국이 최고 해프닝급 대국인 줄 알았는데 최종 5국 김명훈-나현 전을 보니 갖다댈 것도 아니더라. 단체전 최종국은 부담이 무척 큰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한편 최종 5국을 승리,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명훈은 MVP에 선정됐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정규시즌 상위 5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순위를 가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2억 원이며 준우승은 1억 원, 3위 5000만 원, 4위 2500만 원, 5위 15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
최종 5국. 나현(왼쪽)-김명훈의 대국. 나현이 유리했으나 마지막에 극적으로 승부가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