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국립극장 앞에서. 클래식 공연 관람을 앞두고 한껏 차려입은 청년들.
지난달에는 한국 상품전을 보러 왔습니다. 120여 개 부스에는 한국의 자동차, 의류, 조리기기, 음식, 건강식품, 건축자재 등이 선을 보였습니다. 이젠 이 나라 사람들도 한국 상품과 문화가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 드라마, 한국 노래, 한국산 스마트폰에 이어 한국 요리도 즐깁니다. 양곤에는 큰 한식당 체인들이 있고 그 비싼 음식들을 먹으러 줄을 섭니다. 오늘 청년들도 한식을 먹으며 음식과 반찬이름을 공부합니다. 김치,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제육볶음, 청국장, 삼계탕, 감자탕, 육개장 등. 저녁을 먹으며 공부하니 즐겁기만 합니다. 이제 공연을 위해 옷을 바꿔 입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볼 때는 정중한 클래식 의상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는 걸 어디서 읽은 모양입니다. 화사한 옷을 모두 하나씩 준비해 왔습니다. 전 그냥 청바지 차림입니다. 막이 오르고 음악회가 시작됩니다. 우렁찬 테너와 맑은 고음의 산봉우리. 소프라노의 가곡들이 극장을 압도합니다. 청년들은 처음 들어보는 것입니다. 청산에 살리라, 살짜기 옵서예, 그리고 축배의 노래 등 오페라곡들이 흐릅니다. 음악은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됩니다.
양곤 예술대학교 전통 악기 공연 모습.
여기 청년들은 한국 유학을 가기 전에 한국식으로 자기 이름을 짓습니다. 오늘 온 청년들 이름이 누리, 미애, 채영, 은미 등입니다. 본래 이름과 비슷한 발음으로 자신들이 만든 것입니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많습니다. 미얀마 이름은 한국 사람들이 부르기 정말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미얏쩻, 뭉섬리안, 나디에잇무가 보통 이름입니다. 아직도 전 이름을 듣고 남녀를 확실히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 청년들과 한국과 미얀마의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들을 얘기해봅니다. 미얀마 사람들의 좋은 관습 3가지와 못마땅한 관습 3가지로 압축이 됩니다. 좋은 관습은 대다수 청년들은 부모님께 순종합니다. 이웃을 배려합니다. 이웃과 얘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내일 걱정을 잘 하지 않고 오늘을 즐겁게 삽니다. 우리와 반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살률이 거의 없는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람들은 ‘오지도 않은’ 내일 걱정을 많이 하고 사니까요. 20년 후 노후 걱정으로 때로는 잠들지 못합니다.
한국-미얀마 교류 음악회 공연 모습.
한편 여기 청년들은 인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오는 한국인들은 오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편입니다. 기다리는 사람도 화를 잘 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개념으로 사는데 익숙하지 못합니다. 직원이 지방출장을 다녀오면 출장비 정산이 잘 안됩니다. 그때그때 메모를 안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회사의 수입, 지출, 잔고 개념을 정확히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서로 엇갈리면서도 주고받을 게 많은 두 나라, 한국과 미얀마. 문화와 관습도 참 다르지만 서로 배울 게 있습니다. 이제 국립극장을 나서며 우리는 기념촬영을 합니다. 곱게 차려 입은 미얀마의 은미, 채영, 미애, 누리가 서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습니다. 한국이름의 청년들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시간 속으로 총총히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