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짝 웃으며 팔꿈치 인사를 하는 사람들. 신종플루 탓에 외국에서는 팔꿈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그의 부인과 주먹인사를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라 비즈’란 프랑스 사람들이 친구 혹은 가까운 지인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양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하는 프랑스식 인사를 말한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상징이자 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이 오래 된 전통이 신종플루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최근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신종플루가 신체접촉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점차 ‘라 비즈’를 포기한 채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는 인사를 나누는 프랑스인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는 “신종플루가 인사 방법을 바꿔 놓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 인사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령 오랜 기간 사모아족을 연구해온 캘리포니아 대학의 알레산드로 듀란티 언어인류학 박사는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에서는 인사를 할 때 신체접촉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사모아식 인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떤 인사 방법이 가장 위험하고, 또 어떤 인사 방법이 가장 안전할까. <뉴욕 타임스>가 구분한 세계인들이 즐겨 하는 여섯 가지 인사 방법 중 가장 감염 위험도가 높은 것과 낮은 것은 다음과 같다.
또한 최근 <뉴욕 타임스>는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인들의 인사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바로 악수나 포옹과 같은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신종플루로 인해 인류의 오랜 문화이자 전통인 인사 방법까지 바뀌게 될까. 그렇다면 수십 년 후에는 정말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팔꿈치를 내밀게 될까.
▲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국제적인 6가지 인사법 | ||
프랑스에 소위 ‘키스 금지령’이 내려진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예를 들어 브루타뉴 지방의 길비넥에 위치한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시장의 명령에 따라 얼마 전부터 학생들에게 키스와 악수를 전면 금지했다.
대신 서로 떨어져서 가볍게 손을 흔들도록 지시했으며, 행여 학생들 간에 유대감이 사라질 것을 걱정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마음을 담은 쪽지를 넣을 수 있는 특수 우편함을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키스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은 여전히 많은 프랑스인들이 길거리에서, 레스토랑에서, 그리고 사무실에서 가볍게 입을 맞추거나 볼을 비비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도 자국민들에게 오랜 전통을 깨고 동양식 인사, 즉 목례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방법을 강요할 수 없는 처지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슈트라스부르 대학의 인류학 및 사회학 교수인 다비드 르 브르통 교수는 “키스는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영혼의 닻’과 같다”고 설명했다. 일상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전통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인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이 최근 로즐린 바슐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다른 동료 관리에게 공개석상에서 볼에 가볍게 키스하는 모습을 보도했을 때에도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이 사실이 별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볼에 키스하는 것이 일상인 스페인도 고심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스페인 정부는 시민들에게 양 볼을 맞대는 인사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마드리드의 개인병원들은 저마다 ‘키스 및 악수 금지’라는 경고문을 붙이기 시작했다.
키스나 볼을 맞대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그래도 감염 위험도가 다소 높은 인사 방법은 ‘포옹’이다.
두 팔로 상대를 완전히 감싸 안는 ‘풀 바디 허그(full-body hug)’는 특히 중동 지역에서 흔한 인사 방법이다. 이에 따라 레바논 및 쿠웨이트 등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과도한 포옹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브로 허그(bro-hug)’는 손만 둘러 가볍게 포옹하는 방법으로 ‘풀 바디 허그’에 비해서는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퍼져 있는 인사 방법인 ‘악수’는 포옹이나 키스보다는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필립 그래험 소아과 전문의는 “악수하는 것까진 좋다.
문제는 악수한 손에 묻은 균이 아니라 이 손으로 하루에 수백 번씩 얼굴이나 눈, 코 등을 만지는 행위에 있다. 따라서 악수를 하기 전이나 후에 손을 깨끗이 씻으면 악수를 해도 별 문제 될 것이 없다.
‘낮음’ 등급이 매겨진 인사 방법은 다름 아닌 ‘피스트 범프(fist bump)’ 즉 ‘주먹 마주치기’다. 포옹이나 키스는 두말 할 것도 없고 악수보다도 안전한 이 방법은 서로의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는 방법이다.
지난 미 대선 때 오바마 부부가 연설 도중 서로의 주먹을 부딪치면서 한때 유행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위험도가 낮은 인사 방법은 ‘팔꿈치 비비기’ 즉 ‘엘보우 러브(elbow rub)’다. 말 그대로 팔꿈치를 서로 맞대고 비비는 방법이다.
실제 피너클 응급센터에 근무하는 조 솔러 박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동료 의사들이나 환자들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동이 마치 권투 시합에 나온 선수들처럼 보이긴 하지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미 전역에 팔꿈치 인사에 대한 홍보를 펼칠 것이라는 그의 계획은 질병통제센터, 주 당국, 지역 보건소 등으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동양식 인사, 즉 목례를 하거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미국인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서방 세계에서 오랜 기간 내려온 전통이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