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양평물맑은시장 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회장 고건덕) 자문회의 광경. 10억대의 손배소를 당한 고 회장은 6일 오후 4시 긴급이사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다음날인 7일 오전 10시 긴급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경기 양평군 양평물맑은시장과 고건덕 상인회장이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6일 수원지법여주지원 등에 따르면 롯데마트 건축주 K씨는 “고건덕 상인회장이 컨설팅 용역 결과와 T/F팀 상생협의안, 양평군수의 중재안 등을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무시하고, 상인들을 호도하여 상생협의를 무산시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고 회장과 상인회를 상대로 지난 1일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제1민사합의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5일 소장과 서증 부본을 송달했고, 고 회장과 상인회가 6일 수령함으로서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건축주 K씨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접수한 소장을 통해 “상인회장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건축주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상인회 역시 불법행위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건축이 중단된 3년 동안 추가로 지출된 72억여원과 추가 공사비 11억여원, 건물 사용승인을 받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생될 손실액 등을 물어내야 한다”며 “일단 손해액 10억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K씨는 “상인회 회장인 고건덕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상인회를 함께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고건덕씨가 내일이라도 상인회장에서 물러나면 상인회는 자연히 이번 소송 당사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축주 K씨는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되었음에도 상인회의 방해로 사용승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극심한 건강악화로 폐암 수술을 받았고, 최근 협심증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진단서를 첨부하기도 했다.
K씨는 소장에서 “롯데쇼핑은 대규모점포 등록과 관련하여 양평군수가 요청한 상생협의를 위하여 2013년 3월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수도 없이 상인회를 찾아가 상생협의를 할 것을 요청했지만 상인회는 어떠한 요구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협의자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인회는 롯데쇼핑에 컨설팅 용역 비용 9,000만원까지 부담시키며 그 결과를 기초로 협의를 하자고 해놓고서는 막상 컨설팅 결과가 나오자 아예 이를 무시하고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고도 했다.
또한 “상인회는 작년 12월 6일 열린 간담회에서 양평군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상생협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고, 실제로 지난 2월 T/F팀을 구성했다”면서, “이에 건축주로서는 상생협의가 진행될 것을 신뢰하고 건축 공사를 재개했고, 8월 T/F팀이 상생협약안을 마련해 협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고건덕 회장이 회장의 지위를 악용하여 T/F팀의 상생협의 추진 결정을 무시함으로서 상생협의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9월말 완공된 건물이 고건덕 회장의 방해로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게 건축주의 주장이다.
고 회장 “컨설팅 용역과 T/F팀 상생협의안 일방적 무시”... “군수에게 가봐?”
건축주 “상인회 L이사와 일부 언론도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 법률 검토 중”
건축주 K씨는 “이처럼 고건덕 회장은 수년에 걸쳐 롯데쇼핑의 지속적인 상생협의 요청에 대해 협의 자체를 거부하였고, 양평군을 항의 방문하여 준공자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등 엄청난 손해를 가했다”면서, “그것도 모자라 T/F팀이 결성되고 건물 공사까지 재개하였음에도 T/F팀의 상생협의안으로 협의를 추진하기로 한 결정을 묵살한 채, T/F팀의 상생협의안을 이사회에 상정하지 않음은 물론 상인들에게 알리지도 않는 등 독단적으로 협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것도 모자라 T/F 팀장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T/F팀의 결정사항에 대해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등 상생협의를 무산시켜 건물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불법행위로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축주 K씨는 공사가 중단된 2013. 7. 9.부터 중지명령이 해제된 2016. 12. 30.까지의 추가로 부담한 직원급여. 세금 및 공과비용, 금융이자비용, 사무실 임차료 등 각종 비용으로 72억여원이 추가됐고, 추가 공사비 11억여원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사가 완료된 2017. 8.말경부터 지난 11월말까지만 해도 9,000여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이는 건물 사용승인을 받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면서 “고건덕 회장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피해액 중 일부인 10억원 상당의 손해만 일단 청구하기에 이른 것으로 재판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추가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축주 K씨는 “공무원과 주민들에게 금전을 살포했다는 투서로 경기청과 양평경찰서 조사만 10여차례 받는 등 무고로 인한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하고, “상인회 L이사와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무고 등에 대한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 고발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건덕 회장은 소장을 송달받은 6일 오후 4시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날인 7일 오전 10시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고건덕 회장 롯데쇼핑과 거래 정황 의혹 드러나”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져
롯데마트 건축주 “건물 준공과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 별개” 억울함 호소
한편, 고건덕 회장이 상인회 상생협력 T/F팀이 내린 결과의 공정성을 폄훼하기 위해 당시 T/F팀장이 롯데쇼핑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었다는 내용이 소장에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T/F팀장인 K이사는 롯데쇼핑에 고건덕 회장이 유포한 내용의 진위여부를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롯데쇼핑은 ‘K이사와 금품 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 답변과 함께 ‘고건덕 회장이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들이 롯데에 취업할 수 있는 방법과 롯데마트 커피매장에 입점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질의했었다’는 공문 내용이 소장에 공개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양평읍 공흥리에 신축 중인 롯데마트는 지난 2010. 11. 26. 건축주 K씨가 양평시장과 약 800m 떨어진 이곳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고 롯데쇼핑이 이를 임차하여 롯데마트를 운영하기로 하는 임대차약정을 체결했다.
1997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2010. 11. 24.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500m 범위 내에서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규정이 2013. 11. 23.까지 유효한 한시법으로 신설됐다. 당시 이곳 부지는 800m 떨어져 있어 이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하지만 2011. 6. 30. 이 제한 규정이 1km로 확대되어 2015. 11. 23.까지 한시법으로 개정되면서 양평군은 건축허가시 ‘양평군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심의 후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을 하여야 건축물 착공신고가 가능하다’는 특별허가조건을 붙였고, 2016. 12. 30. 건축 재개를 허용하면서도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 후 건축물 사용승인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특별허가조건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건축주 K씨는 “건물 준공은 건축법에 따른 절차이고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절차로서 양자는 별개의 절차”라면서, “건물이 준공된다 하더라도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이 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건물의 준공까지 막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양평군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9년 부동산유통 회사인 (주)티엘산업에스를 양평군에 설립하여 롯데마트를 유치한 K씨는 다음 사업으로 양평군에 3~4만평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롯데마트 건물 준공에 발목이 잡히면서 물류센터 건립에 차질이 생기자 또 다른 ‘떼법’ 폐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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