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강제추행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며, 현장에 함께 있던 피해자 친구들의 진술 역시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해 A 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5선 구의원을 역임 중인 A 씨는 총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6일 오전 출근길 유세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율동팀 여성 단원의 양손을 잡아 당겨 자신의 손으로 주무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여성 단원이 손을 빼내려 하자 A 구의원은 단원의 손을 자신의 허벅지와 의자 사이에 끼워 넣고 “어릴 때 호주머니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언 손을 녹여주지 않았느냐”며 수분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새벽부터 율동을 하느라 손이 차갑기에 온돌방 바닥에 갖다 댔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되자 A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문제는 A 씨가 2심 판결 후에도 자신이 속한 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등에 참석하며 정상적인 구의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의회는 지난 11월 16일부터 9일 일정으로 ‘2017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행정사무감사는 국회의 국정감사와 비슷한 의미로, 지난 1년간의 구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 현재는 예산심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회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과정에서 A 씨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A 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2심에서도 패소한 상황에서 구의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구의회 내에서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징계를 가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구의회 관계자는 “윤리위의 경우 상설 기구가 아니라 사안이 있을 때 구성된다”며 “최근에는 윤리특별위원회가 꾸려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구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서는 특별히 제재를 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의회 소속의 다른 구의원은 “2심까지 벌금형이 나왔지만, A 씨가 대법원에 바로 상고장을 제출했다. 따라서 현재는 확정판결이 나온 게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본회의에 A 씨 제명안을 상정할 수도 있고, 윤리특위를 구성해 징계를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따로 제재할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사건 때문인지 A 씨는 이번 행정사무감사 때 참석은 했지만 본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감사 중에도 가만히 앉아 천장만 보다가 가더라”고 귀띔했다.
야당 소속의 또 다른 한 구의원은 “현재 여당과 야당 구의원 비율이 대등한 숫자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여당에서는 A 씨에 대한 제명이나 징계에 대해 소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자는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이 없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