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야 문명의 보고로 알려진 태양력 신전 ‘엘 까스띠요’. | ||
새천년을 앞둔 지난 90년대 한때 전 세계를 술렁이게 했던 지구 종말론이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기말 현상’ ‘Y2K’ ‘1999년 지구 멸망’ 등으로 한바탕 난리를 피우더니만 이번에는 난데없이 ‘2012년’이 화제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12년 12월 21일이 되면 지구상에 커다란 재앙이 한꺼번에 일어나 결국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른바 ‘2012년 지구 종말론’이 그것이다. 최근 서점가와 극장가, 그리고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2012년 종말론은 과연 어떤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3년뿐일까.
2012년 12월 21일 11시 11분. 지구 종말론자들이 경고하는 운명의 날이다. 이와 관련 최근 들어 서점가에서는 <아포칼립스 2012> <월드 쇼크 2012> 등 2012년 대재앙을 다룬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으며, 할리우드에서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인 <201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 검색창에 ‘2012년’을 치면 지구 종말을 경고하거나 지구 멸망을 예언하는 사이트부터 대재앙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수많은 관련 웹사이트들이 검색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2012년일까. 지구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제시하는 근거로는 고대 마야인들이 제작한 ‘마야 달력’에 있다. 과거의 종말론이 성서나 기독교적인 예언을 바탕으로 했다면 2012년 종말론은 9세기 중반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 마야인들의 역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마야인들이 제작한 마야력에는 원년이 ‘0.0.0.0’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력으로 환산하면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이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달력이 ‘13.0.0.0’, 즉 ‘2012년 12월 21일’로 끝이 나있으며 그 후로는 날짜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종말론자들은 “이것이 바로 지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마야인은 5128년을 주기로 지구가 소멸과 생성을 반복한다고 믿었는데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 이 주기가 끝나는 날이며, 이는 마야력으로는 5125.36년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공교롭게도 2012년 12월 21일은 과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천문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행성들이 은하의 중심과 일렬로 정렬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만 60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또한 이밖에도 종말론자들은 마야인들 사이에서 내려오던 6개의 태양에 관한 전설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믿고 있다. 마야인들은 인류의 운명이 태양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는데 이에 따르면 마야 문명은 4번째 태양이 없어진 날 사라졌으며, 마지막 6번째 태양이 없어지는 날이 바로 2012년 12월 22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마야력을 바탕으로 하는 종말론이 터무니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현존하는 마야족들의 후손은 조상들의 마야력이나 종말론에는 별 관심도 없거니와 믿는 사람도 드물며, 마야 문명의 권위자이자 마야 부족의 원로인 아폴리나리오 칠레 픽스톤은 “서구인들이 마야 문명에 기독교식 종말론을 끼워 맞춘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텍사스대학의 중앙아메리카 연구센터소장인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마야 문명과 2012년 종말론을 연결 짓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가 하면, 콜게이트대학의 천문학 교수인 앤서니 애브니는 “마야 문명이 지구의 종말을 예언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미흡한 증거를 토대로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다. 그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과장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2012년이 멸망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변화’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포칼립스 2012>의 저자 로렌스 조셉은 “나 역시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2012년은 분명 인류에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해인 것만은 틀림없다. 사람들에게 이런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서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또한 마야 문명을 연구하는 존 메이커 젠킨스 역시 “마야력이 2012년에 끝나는 것은 파멸이 아니라 변화와 재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재해석한 사람들도 있다. 1982년 로마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그림으로 된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서에 따르면 지구 멸망의 해는 1999년이 아니라 2012년이라는 것이다. 모든 예언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이 예언서의 암호를 해석한 결과 ‘2012년 혜성’이라는 단어 주변에서 ‘부스러지고 밖으로 튕겨 나간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편 12세기 아일랜드의 성인이었던 말라키 주교의 예언을 지구 종말론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은 성 말라키가 2005년 세상을 떠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후 단 두 명의 교황만이 존재한다고 예언했다고 주장한다. 1139년 성지를 순례하던 중 미래의 교황에 대한 꿈을 꿨던 그는 1143년부터 등장할 112명의 교황을 한두 단어의 라틴어로 예언했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예언이 적중했다. 가령 요한 바오로 2세는 ‘태양의 노고 혹은 일식’이라는 라틴어로 표현했는데 실제 그는 1920년 3월 일식기간에 태어났다. 또한 111번째이자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에 대해서는 ‘올리브의 영광’이라고 예언했는데 6세기에 성 베네딕토가 창립한 ‘베네딕토 수도회’의 상징물이 바로 올리브 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인 112번 째 교황에 대해서는 ‘로마인 베드로’라고 언급하면서 “로마 교회는 극단적인 박해를 당하고 로마인 베드로가 시련 속에 양들을 이끈다. 그가 교황이 되면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있는 도성은 파괴되고 심판자께서 당신 백성을 심판한다. 아멘”이라고 적고 있다. 종말론자들은 이것이 지구의 종말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마야 달력. 이상하게도 2012년 12월 21일까지만 나와있다고 한다. | ||
하지만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지극히 낮으며, 심지어 ‘행성 X’의 존재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NASA의 한 관계자는 “행성 X와 관련된 종말론은 모두 헛소문이다. 이런 행성은 관측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밖에 다른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지구에 위험이 도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지구의 자기력이나 자극이 변화해서 생태계에 엄청난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자기력은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12년에는 북극과 남극이 바뀌게 된다. 북극이 조금씩 시베리아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렇게 자극이 이동하면 기후가 크게 변화해서 지진이나 홍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2012년이 되면 태양의 흑점 수가 최고조에 달해 거대한 태양 폭풍이 일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태양이 폭발할 경우 지구는 강력한 자외선에 노출되며 곳곳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거나 인공위성 시스템이 파괴되어 통신이 마비되고 누전으로 인해 대규모 정전 소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과학자들은 “설령 태양의 흑점이 활발해진다 하더라도 위협적일 정도는 아니다. 대규모 정전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자기장 역전 현상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꼭 2012년에 일어난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화산 폭발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주장 역시 빈번하게 제기되는 종말론 가운데 하나다.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는 7만 4000년을 주기로 폭발한다는 ‘슈퍼 볼케이노’와 관련된 주장이 있다. 2004년 발생했던 지진해일은 전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지질학자들은 2012년을 전후로 세계의 슈퍼 볼케이노 가운데 하나가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중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토바 화산과 미국 최대의 휴화산인 옐로스톤 화산이 있다. 7만 4000년 전 토바 화산의 폭발로 당시 전 세계는 수년간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으며, 당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체 80%가량이 사라졌다.
7만 년 동안 휴화산 상태로 있는 옐로스톤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지질학자들은 분화구의 바닥이 지난 50년 동안 30m 이상 솟아올랐으며, 지각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화산이 폭발할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진해일로 인해 사방 2600㎞가 온통 쑥대밭이 되고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재로 인해 핵겨울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한 노르웨이 정치인의 주장 역시 종말론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노르웨이 정치인이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시작되는 경고문 형식의 이 글은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그는 노르웨이 정부가 현재 수많은 지하기지와 벙커를 건설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2012년에 도래할 재앙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스라엘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지하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비밀리에 건설되고 있는 이 지하기지들은 일부 엘리트 권력집단과 의사, 과학자들을 위한 대피소이며, 피신하지 못하고 지상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직접 노르웨이 모조엔 지역에 위치한 지하기지에 가봤다고 주장하는 그는 이곳이 빨강, 파랑, 초록 등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200만 명의 노르웨이인들이 피신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만일 정부가 여기저기에 지하기지나 벙커를 뚫고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이냐고 한 번 물어보십시오. 그러면 아마 ‘아, 그냥 식품 저장고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당신들은 속고 있는 것입니다”라고도 적었다.
실제 현재 세계 곳곳에는 ‘씨앗 은행’이라고 불리는 1400여 개의 식품 저장고들이 건설되어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저장고는 자연 재해나 전쟁 등으로 멸종될지도 모를 곡물의 씨앗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곳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식량난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역시 이미 핵전쟁이나 자연 재해 혹은 2012년 지구 멸망 등에 대비해 수많은 지하기지를 건설해 놓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문에 의하면 이 지하기지들은 현재 네바다, 유타, 콜로라도 등에 120~15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사망한 지질학자 필립 슈나이더의 죽음이 이런 소문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가 생전에 미국 전역을 돌며 비밀군사기지에 대해서 꾸준히 강연을 해왔던 것이 결국 죽음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비밀군사기지인 ‘51구역’에서 일하면서 직접 지하기지 건설에 참여했던 슈나이더가 결국 정부의 미움을 사서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이런 종말론이나 음모론들의 진위를 따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2012년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의 주장도 옳다고, 또 그르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단 지나친 과장은 금물이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만큼은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신기하고 놀라운 ''2012''
''꿀벌의 가출'' 불길한 징조
▲ 수비학(숫자에 담긴 신비한 힘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7’을 행운의 숫자로 ‘4’를 죽음의 숫자로 여기는 것)에 따르면 모든 숫자에는 치환되는 알파벳이 있다. 가령 1=A, 2=B 3=C 등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12-21-12(2012년 12월 21일)를 알파벳으로 치환하면 A-B-B-A-A-B가 된다. 히브루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기 때문에 따라서 이것은 BA ABBA가 된다. 이를 히브루어로 다시 번역하면 ‘하느님 아버지가 오신다(Father comes / is coming)’가 된다.
▲ 2007년 6월 22일 하지와 2012년 12월 21일 동지는 정확히 2012일 간격이다.
▲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고 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벌들이 집단적으로 죽는 ‘군집붕괴현상’이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대만, 인도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상의 식물 중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하는 식물은 80% 이상이고, 인간의 먹거리 역시 3분의 1 이상이 꿀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외계인을 소재로 한 <엑스 파일>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2012년 12월 22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노르웨이 ''씨앗 저장고''의 정체
현대판 ''노아의 방주'' 쑥덕
▲ 노르웨이 정부가 북극해의 한 섬에 완공한 씨앗 저장고. | ||
현재 모두 26만 8000개의 씨앗 샘플을 저장하고 있으며, 보리나 밀 등 흔한 씨앗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다양한 곡물들의 씨앗이 보관되어 있다. 또한 영하 4~6도의 일정한 온도에서 보관되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보존이 가능하다. 가령 보리는 2000년 넘게, 그리고 밀은 1700년가량 보관할 수 있다. 또한 빙산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도 안전하도록 해수면보다 130m가량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설령 그린랜드의 빙하가 모두 녹는다 해도 끄떡없다.
이 ‘씨앗 저장고’의 건설 목적은 핵전쟁이나 지구온난화, 테러 공격, 전염병 등으로 인해 씨앗이 멸종해 심각한 식량난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19세기만 해도 미국에는 7000개 이상의 사과 종자가 있었지만 현재 남은 것은 200개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400여 개의 ‘씨앗 은행’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쟁이나 기후 변화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가령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발발 당시 인근 지역의 소규모 씨앗 은행들은 대부분 파괴되었으며, 2006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으로 필리핀의 씨앗 은행 역시 무너진 바 있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씨앗 저장고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이 핵전쟁이나 행성 충돌 등으로 인해 지구에 닥칠 ‘최후의 심판의 날’을 대비하기 위한 대피소라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에는 씨앗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피신할 수 있도록 건설되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부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종말론자들은 여전히 이 저장고의 용도에 대해서 의심하면서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