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에 따르면 세계적인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자 겸 작곡가로 알려진 유키 구라모토가 14일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티켓 가격은 R석 2만 원, S석 1만 5000원으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다. 반면 그가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갖는 공연의 티켓가격은 R석이 12만 원, S석이 9만 원, A석이 6만 원이다. R석 기준으로 6배나 저렴한 셈이다.
음성군은 유키 구라모토의 송년콘서트를 12월 14일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사진=크레디아 인터내셔널
사실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개관 이후 2009년 뉴에이지 거장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2015년 가수 윤복희, 올해 5월엔 소프라노 조수미와 10월 가수 김범수까지 유명 아티스트들이 예술회관을 찾아 질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티켓 가격은 모두 5만 원 이하로 저렴했다.
음성군은 서울과는 100여 ㎞ 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이곳 주민들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선 자동차로 40여 분이나 떨어진 충주시의 극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지난 2008년 음성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한 이후 서울 등 대도시 시민들 못지않은 문화생활을 접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우스갯소리로 “섭외 담당자 월급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 만큼 그 비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에 따르면 음성문화예술회관은 개관 이후 공연 전문가를 경력직으로 채용해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예술회관 관계자 박 아무개 씨도 지난 2015년부터 1월부터 예술회관에 채용된 공연기획 분야의 전문가다. 섭외 과정에선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데 ‘유명 아티스트’ 섭외에도 박 씨의 역량이 발휘된 것이다. 이번 유키 구라모토 공연은 그가 소속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함께 주관했다.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씨는 ‘당신이 사람들이 말하는 섭외의 신입니까?’라는 물음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지만 그 비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대학에서 공연기획 관련 공부를 했고 음성문화예술회관으로 오기 전 관련 직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박 씨의 상세한 이력은 그가 지난해 충북 한 지자체와 한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박 씨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서울 소재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하고 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에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연주자로 활동할 당시 우연한 기회에 참가한 예술의전당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하게 된 게 공연기획에 관심을 갖게 된 첫 시작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지역공동의 삶과 공연예술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클래식 공연을 기획한다는 현실 여건 탓에 꾸준히 주변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문화예술 향유 확대를 위해 대중성을 감안하면서도 질 높은 공연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라고 전했다. 공연기획감독으로서 그가 쌓은 노하우가 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세간의 높아진 관심 탓에 정작 지역 주민들이 티켓을 확보하지 못해 공연을 즐기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 이번 유키 구라모토 공연의 경우 전체 관람객 가운데 20% 정도가 타 지역 주민들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음성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그런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보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양질의 공연을 섭외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