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한국 불교의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출가자 수를 높이기 위한 긴급 대책의 일환으로 종단 최초로 내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상반기 출가자 모집공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를 주제로 두 달 동안 출가자 모집에 집중 나선다는 계획.
출가 대상은 만 13세 이상 50세 이하면 누구나 접수할 수 있다. 출가자에게는 출가 후 생활에 필요한 주거, 교육, 의료 등이 일체 지원되며 국민건강 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입원진료비·요양비 등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소년출가자, 청년출가자의 경우 중앙승가대학교, 동국대 불교대학 입학시 등록금 및 수업료 전액 지원, 대학원 진학시 장학지원, 군승 지원시 특별 선발 등 혜택이 추가된다. 아울러 만 13세에서 19세에 해당하는 소년출가자는 6개월의 행자교육과정이 면제된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9일 출가자 공개모집 계획을 밝혔다. 사진=조계종 교육원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스님도 공개 오디션 하는 것이냐”는 등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사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출가자 모집 공고와 더불어 홍보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공개 모집이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공개모집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 출가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계종 교육원 관계자는 “나이 제한 말고 별도의 자격조건은 없지만 특별한 범죄사실이나 신체적 결격 사유 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과정은 있다”며 “모집에 참가한 출가자들의 경우 각각 사찰에 배정돼 6개월 동안 행자교육을 밟는데 그 과정에서 각 사찰에서 기본적인 점검을 마친 뒤 가능하다 판단되면 조계종으로 등록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의 출가자 공개모집 결정은 매년 급감하는 출가자 수 때문이다. 조계종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남녀 수계자 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2008년 283명, 2009년 263명, 2010년 278명으로 2015년까지 200명대를 유지해왔던 출가자 수는 지난해 157명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151명이다. 8년 사이 출가자 수가 반토막 났고 2년째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조계종은 그동안 줄어드는 출가자수 현상을 탈피하기 위해 출가 장려 진행사업을 해왔다. 시대·사회적으로 ‘탈종교화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조계종의 설명이다. 조계종 교육원 관계자는 “그동안 줄어드는 출가자 수로 인해 세미나나 포럼 등을 많이 진행해왔고 거기서 대체적으로 나온 결론이 이 추세가 사회·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이란 판단이었다”며 “전반적으로 종교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인들이 아무래도 종교에 대한 필요와 출가가 이뤄지지 않다보니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본질적으로 교단 내의 부패와 파계를 바로잡지 못하는 시스템 작동 불능 등 내재적인 원인부터 파악하는 ‘자가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불교 신자는 “해마다 출가자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조계종 승려들의 비리 때문인데 자구책으로 공개모집을 한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너무 좋아 불자가 됐지만 일부 승려들의 도박, 성추행 등 부패와 타락으로 탈 조계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지 탈종교화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훌륭한 스승들의 법문이 인터넷상에 널려 있으니 그걸로 공부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양심 있는 스님들은 조계종단을 부끄러워해 환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의 김건중 간사는 “출가자에 혜택을 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불교의 길을 걷고 있는 재가자에게도 똑같은 혜택이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출가 후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광고를 보면 교단 내 부패와 파계가 만연한 상황에서 얼마나 불교가치에 부합하고 불교정신을 납득할 만한 출가자가 나올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수를 늘리고 줄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종단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불교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지 어떻게 청렴해질지 연구·고민하려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부처핸섬!”…젊어지는 불교계 ‘힙(hip)’한 스님들 주목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불자 인구는 300만 명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불교계에선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 일환으로 조계종 교육원은 지난 2014년부터 염불시연대회와 외국어 스피치대회, 토론대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며 스님들의 전법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5월 열린 ‘출가콘서트’에서 랩하는 스님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조계종 지난해 5월 ‘출가콘서트’를 개최해 그간 속세와 단절된 전통적인 불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스님들은 속사포 같은 랩과 비트박스로 불교의 메시지를 전한 ‘쇼미더붓다’(국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패러디)라는 곡을 불러 큰 화제가 됐다. 이날 비트박스를 한 ‘법상 스님’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출가한 20대 초반의 스님으로 19살 때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로 출가해 지금은 신도와 스님의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힙하다(영어단어 hip에 한국어 ‘~하다’를 붙인 말로 개성이 강하고 멋있는 것을 뜻하는 말)”는 평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조계종의 변화 노력은 출가자 급감 시대를 맞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출가자 공개 모집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조계종 교육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포스터 배포, 출가 콘서트, 동영상 공모전 등 출가 장려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이번 공개모집은 불교 자체를 속세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이미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출가를 해서 좀 더 자유로워지자는 의미였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 변화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