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는 외야수 이대형의 이적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사진=kt wiz 홈페이지
[일요신문] 프로야구는 구단 간 선수 이동이 이뤄지는 스토브리그가 한창입니다. ‘스토브리그’란 팬들이 리그 일정이 없는 겨울철 난로 앞에 모여 앉아 선수 이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에서 탄생한 말입니다. 참 그럴듯 하죠.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팬들이 이야기를 나눌 소재가 적습니다. 21명의 FA 선수가 공시 됐지만 시장이 선지 한 달이 다되도록 단 7명의 선수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 뿐입니다.
FA 시장이 얼어붙으며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의 원 소속구단이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보상선수는 FA 계약으로 선수를 잃게 된 원 소속구단에 보상을 해주는 규정입니다. 이적선수의 전 시즌 연봉 300%를 지급하거나 연봉 200%에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보상선수는 구단이 선택한 20인을 제외한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보상 규정은 주로 선수를 보낸 원 소속구단의 선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의 선택으로 ‘돈’이나 ‘돈+선수’ 보상이 결정됐습니다.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가 성공시대를 연 사례도 있었기에 이전까지 보상선수는 필수 선택으로 여겨졌습니다.
2017시즌 타율 0.322를 기록한 채태인도 FA 시장에 나왔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기조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를 선언한 채태인, 최준석, 이우민, 이대형의 소속구단 넥센, 롯데, kt는 연이어 보상선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FA 제도의 변화가 없자 구단이 개선책을 알아서 찾아 나가고 있다’는 시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보상선수를 포기하는 선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인을 제외한 명단에서 원 소속구단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선수가 없으면 지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선수가 이적도 하기 전에 보상선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FA 선수 영입에 관심이 있는 구단 측의 위험부담을 덜어주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을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민병헌, 강민호, 손아섭 등 일부 대형계약을 제외하면 FA시장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습니다.
이는 ‘FA 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받고 팀을 옮기는 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선수들을 원소속팀에 보상까지 해가며 영입할 팀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FA 등급제는 수년전부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진전이 없습니다.
물론 KBO는 FA 자격 충족 조건 등을 꾸준히 다듬어왔습니다. 지난 2016 시즌부터는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FA 등급제에 대해선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이에 일부에선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FA 등급제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스타급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선수협회에서 준척급 FA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이적을 하면 영입구단이 부담스런 보상규정을 따라야하는 현재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규정 변화가 없자 구단이 먼저 나서서 보상선수를 포기하는 등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선수협과 KBO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