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측에 따르면 직접고용 반대 확인서를 제출했던 제빵기사들 중 상당수가 직접고용 반대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준필기자
현 시점에서 파리바게뜨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빵사 한 명이라도 더 직접고용 포기 확인서를 받는 일이다. 제빵기사들이 명시적으로 직접고용 반대의사를 표시할 경우 파리바게뜨는 반대의사를 밝힌 제빵기사 수만큼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고용 포기 확인서는 협력업체 직원이 직접 제빵기사를 찾아가거나 상생기업 설명회를 통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사를 통한 고용을 반대하는 30%의 제빵기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파리바게뜨지회(노조·지회장 임종린)’에 따르면 일부 제빵기사들이 이전의 직접고용 포기 합의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회 의사를 밝힌 제빵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화섬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존 제빵사들로부터 300부가량의 철회서를 받았으며 대부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 상태다.
노조 측은 상당수 제빵기사가 직접고용을 포기한 것에 대해 심적 압박 탓이라고 주장한다. 즉 어쩔 수 없이 확인서에 ‘사인’했다는 의미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노조 측의 입장을 고려해 합의서의 진정성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영국 화섬노조 사무처장은 “철회서는 제빵기사들이 압박을 느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직접고용 포기에 합의했기에 이 입장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철회서가 벌써 이 정도 접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제빵기사가 사측의 직접고용 포기 종용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8일부터 가맹본부와 협력업체가 제빵기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상생기업 설명회’에서도 제빵기사들이 압박을 느낄 만한 정황이 포착된다. 입수한 제주지역 상생기업 설명회 녹취록을 보면 한 제빵기사가 “상생기업이 출범하면 본사 소속이지만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지원기사는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자 주최 측 인사가 “본인 의사를 물은 뒤 이 쪽 업무(제빵)를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상생기업에 가는 거고, 파리크라상에 남는다면 물류일을 하든 공장을 가든 업무 재배치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주최 측은 또 상생기업을 통한 고용이 직접고용보다 상여금 혜택이 더 크다고 오인할 만한 발언도 한다. 주최 측 인사는 “(상생기업 소속 제빵기사들의) 상여금을 100% 인상한다고 하니 소문이 났는지 파리크라상 직원들이 왜 우리와 차이를 두냐며 불만을 표시하더라. 본인(본사 직원)들 상여금은 추석·설날 50%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은 짝수달에 100%씩, 월급의 600%와 설날·추석에 각각 월급의 50%씩 상여금을 받아 총 700%를 상여금으로 수령해왔다. 반면 협력회사 소속 제빵기사들은 설날과 추석에 각각 월급의 50%를 상여금으로 받았다. 제빵기사들은 상생기업과 계약하면 설날과 추석에 각각 월급의 100%를 상여금으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본사 직원들의 상여금 700% 중 200%가 기본급화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여전히 본사 직원들이 훨씬 많은 상여금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상생기업 소속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 제빵기사보다 더 많은 상여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게끔 발언한 것이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다른 설명회에서도 주최 측이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면 경력이 인정되지 않지만 상생기업으로 가면 경력이 인정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제빵기사들이 본사를 통해 직고용될 때 여러 조건이 훨씬 나아짐에도 잘못된 정보로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이 원칙적으로는 직접고용을 해야 하지만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제빵기사들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5일 파리바게뜨가 4일 제출한 직접고용 시정기한 연장 요청의 기각사유를 밝히며 “파리바게뜨가 추진 중인 상생회사의 경우 제빵기사 전원의 직접고용 반대 의사 표시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등 상생회사 고용에 반대하는 제빵기사와 대화나 설득이 필수적“이라며 ”그럼에도 파리바게뜨는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나 시민대책위원회가 수차례 제안한 대화 요청과 고용노동부의 대화 주선에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리바게뜨는 상생기업 설명회 개최를 통해 제빵기사들과 소통에 힘써왔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SPC그룹 관계자는 노조 측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빵기사는) 협력회사 직원이지 않느냐”며 “가맹본부와 협력회사에서 제빵기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해 왔는데 이걸 대화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일정 시점까지 일부만 상생기업을 통한 고용에 찬성했을 때 나머지 제빵기사들은 직고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SPC그룹 관계자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 측은 “같은 일을 하는데 다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 불법 파견은 단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간접고용 폐해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문제”라며 “한 점포당 최소 40만~60만 원의 도급비가 제빵기사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어디론가 새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으면 직접고용은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