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재계 안팎에선 이 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던 대기업 B사와 C사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진 일요신문 DB.
<일요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최근 이우현 의원의 후원회장이자 한전산업개발 임원을 지낸 윤 아무개 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한전산업개발은 한국전력 자회사(지분 29%)로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최대주주(지분 31%)에 올라 있다. 윤 씨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자유총연맹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자유총연맹 전 핵심 관계자는 “윤 씨의 한전산업개발 임원 선임 과정에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 지역구인 용인에서 건설업체 등을 운영한 윤 씨는 이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2012년부터 이 의원 측에 매달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의원 보좌관인 김 아무개 씨는 윤 씨에게 ‘한전 자회사 임원이 되려면 000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는 앞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경찰 인사 청탁 등 대가로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10월 김 씨가 작성한 메모 형태의 ‘로비리스트’를 입수하고 윤 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사정당국 관계자와 자유총연맹 전 고위 간부의 말을 종합하면 윤 씨에 대한 의혹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4년 8월이다. 당시 윤 씨는 자유총연맹 회장 K 씨에게 총 1억 원을 인사 청탁 등 명목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유총연맹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자체 감찰하고, 윤 씨의 임원 로비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를 벌였다. 같은 시기 검찰은 독자적으로 자유총연맹 수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청와대 ‘윗선’은 검찰의 수사 진행을 막고, K 씨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윤 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당시 청와대 내 민정수석실 업무를 총괄하던 인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윤 씨는 “나는 그런 일을 모르고, 전화를 잘못 건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해가 진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본관 건물에 환화게 불이 밝혀져 있다. 박은숙 기자
현재 검찰은 윤 씨가 친박 중진인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자처한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 간의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윤 씨는 이 의원과 관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서 의원에 대해선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친박 외곽조직인 ‘청산회’ 출신으로 서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이 의원이 수수한 10억 원대 로비자금과 공천헌금이 ‘친박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실제 현역 자치단체장인 A 씨는 10억 원을 공천 명목으로 친박계 핵심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재계 안팎에선 이 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던 대기업 B 사와 C 사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B 사와 C 사는 모두 이 의원이 속해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의원 보좌관인 김 씨가 기업들로부터 돈을 거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최근 전병헌 전 정무수석 사례에서 보듯 국회의원실이 대기업에 협찬을 요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성의 표시를 해온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박근혜 정부 초기 B 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B 사를 겨냥한 규제 입법을 예고하는 등 각을 세웠다가 특정 시점부터 B 사에 호의적인 태도로 돌변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시 이 의원은 B 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협찬을 종용하는 한편 C 사에도 ‘성의 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의원실을 직접 후원할 수는 없으니 지역 행사나 의정 활동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한 기업은 경기 용인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보좌관 김 씨는 이 같은 ‘거래’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검찰에서 일부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김 씨는 과거 이사철 의원 보좌관 시절 기업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2013년 사면됐다. 형기 만료 후 유일하게 김 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한 곳이 이우현 의원실이다. 김 씨는 자신이 주변의 ‘오해’를 받는 것을 알고 모든 ‘거래’를 메모 형태로 남겼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몇몇 대기업의 친박 지원 의혹이 있던 게 맞지만 대가성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 의원이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공천헌금 의혹 등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