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보수텃밭인 대구경북 민심이 심상치 않다. 국민 절반 이상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다시 뽑지 않겠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보수텃밭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있는 TK에서의 ‘타 후보 지지’ 응답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민심이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면, 자유한국당 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른바 권영진 패싱(passing)이 나타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당 내 내년 대구시장 출마군으로는 현재 재선을 노리는 권 시장과, 이재만 최고위원, 이진훈 수성구청장에 이어 최근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가세,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김관용 지사가 3선 제한에 걸려 나오지 못한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간 29주년 여론조사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현역 광역지자체장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한 답변은 26.2%에 불과한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51.6%에 이르는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자료=국민일보 여론조사
특히, 지자체장이 보수야당 지역인 영남권과 경기·인천 지역 거주 응답자의 ‘타후보 지지’ 응답비율이 여당 소속 지자체장 지역인 충청·호남 보다 높은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거주 응답자의 64.5%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51.6% 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다. 대구경북에서 현역 지자체장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비율은 13.3%에 불과했다.
반면, 현역 광역지자체장을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비율은 서울이 35.2%로 가장 높았고, 충청(28.2%) 광주·전라(27.2%) 경기·인천(26.6%) 강원·제주(22.7%) 부산·울산·경남(21.3%) 대구·경북(13.3%) 순이었다.
한편, 현역 지자체장에 대한 계속 지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응답자는 22.2%였다. ‘모름·무응답’ 비율은 부산·울산·경남지역이 17.6%로 가장 낮았고, 광주·전라 지역이 32.0%로 가장 높았다.
재선을 노리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다는 기자 질문에 여론조사가 시민판단이라 생각지 않고 한국당 경선도 ‘센’경쟁을 하고 싶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전국 민심, 특히 보수텃밭인 대구 민심이 요동치면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조사로 한국당 내 경선에서 이른바 권영진 패싱 분위기가 조성되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권 시장은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에서도 여당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광역단체장 직무수행·단체 긍정평가에서도 1년여째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1~15위를 오가고 있다. 지난 10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5위를 차지했다.
권 시장은 되는 사람(지지율이 높은)을 밀겠다는 방침인 홍준표 대표와도 최근 내년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를 두고 각을 세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동시 개헌투표를 해야 한다는 권 시장에게 홍 대표는 “(당 방침도 아닌데) 대구시장 선거나 잘하지 왜 관심을 가지냐”며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대구통합신공항 추진 찬반 등 굵직한 대구 현안을 두고 당 내 경쟁자인 이재만 최고위원과 이진훈 수성구청장과의 정책대결도 부담인데다, 최근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공식 출마선언도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과 이 청장은 최근 북콘서트와 출판기념회를 열며 일찌감치 ‘세몰이’을 시작했다. 경선을 대비한 책임당원 확보 등 준비체계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중앙에서 사무관부터 실장 청장 공기업사장 장·차관을 두루 지낸 행정전문가에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와 중앙대 경제학 박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5년 역임 등 경제전문가로도 꼽힌다.
권영진 시장은 최근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 21 토론에서 내년 대구시장 선과와 관련 “홍 대표가 ‘상식과 민심에 부합’해 지방선거를 관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력 있는 뉴 페이스가 아쉬운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TK 수성(守城)과 함께 영남권 포함, 6개 광역자치단체장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홍 대표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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