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야구 포스팅 협정에 따라 오타니를 영입하는 구단은 이적료로 최대 2000만 달러(217억 원)만 지불할 수 있다. 이 금액은 다르빗슈 유의 포스팅 금액인 5170만 달러나 류현진의 2573만 달러보다도 적은 액수다. 더욱이 25세 미만 외국인 선수에 한해 연봉과 계약금 액수를 제한하는 규정에 의해 오타니는 내년 최저 연봉인 54만 5000달러밖에 못 받는다. 일본의 특급 스타를 데려가는 금액치곤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구단들이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구단 면접’ 결과는 LA 에인절스 행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빅리그 구단들의 숱한 러브콜을 여유 있게 주시했다. 그가 에이전트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상대로 받는 서류심사. ‘자신을 어떻게 기용할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지를 전달했고 구단은 오타니가 제시한 숙제를 받아들고선 최선을 다해 답을 작성 후 서류를 제출했다. 포스팅 시작 후 오타니 측은 30개 구단 중 서부 7개 구단을 추려 이틀 동안 최종 면접을 실시했다. 즉 선수와 에이전트가 구단을 상대로 면접 심사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오타니의 선택을 받은 팀은 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는 계약금으로 231만 5000달러를 받게 된다. 원래 에인절스가 해외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금액은 131만 5000달러였지만 최근 미네소타 트윈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100만 달러를 챙긴 게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오타니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LA 다저스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아닌 에인절스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는 공식 발표를 통해 “오타니가 깊은 고민 끝에 에인절스와 계약하기로 했다. 오타니는 시장 규모나 일본과의 시차,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타니 측이 인정하진 않았지만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투타 겸업을 제한하지 않고 오타니를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로 내보내겠다는 에인절스의 진심을 받아들였을 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에인절스가 투타 겸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타니의 성향을 보면 빅마켓 팀을 선호하지 않았는데 에인절스는 미디어 시장이 다른 팀보다 극성스럽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인절스의 성적이 내년 시즌에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가 다른 지구보다는 치열한 성적 다툼을 벌이지 않고 있어 자신의 기여도가 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
송재우 해설위원도 비슷한 해석을 덧붙였다.
“오타니 자신이 일본 선수가 있는 팀은 피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LA 다저스(마에다 겐타)나 뉴욕 양키스(다나카 마사히로)는 대상 팀이 아니었다. 또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처럼 정점에 오른 팀이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리빌딩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팀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충분히 돋보이면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부지구를 선호했고, 투타 겸업 욕심이 큰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청사진을 제시한 에인절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LA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했는데 그 지구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포함돼 있다. 즉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부분도 흥미를 끌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